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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오늘은 까치까치 설날입니다. _ 명절. 쉼 없이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시는 모든 아버지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by 김PDc 201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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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부쩍 꿈이 늘었습니다. 밤새 무엇인가를 만들기도 하고 누군가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음력 11 오늘 새벽에도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습니다. 꿈에서 말이죠. 잠에서 깼지만 지난 새벽의 누군가는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참으로 좋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루빨리 나이를 먹어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세상을 가지리라 그런 야망으로 세상에 나왔는데 정작 세상 속의 나는 야망과는 거리가 속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부담으로 남습니다. 늦게 결혼하고 얻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차례상위에 5대조 할아버지부터 순서대로 떡국이 놓여지고 마지막 아버지의 떡국이 놓여질 어머니는 살며시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녀석이 할머니의 눈물을 자아내는 한마디를 합니다. “아빠 할아버지 떡국이야?” 8남매의 장남으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서 뜻하지 않게 장손 노릇까지 해야 했던 어깨에 놓여졌던 조상과 가족이란 굴레 그리고 굴레를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을 저는 누구보다 알기에 오늘도 숙연하게 가슴속으로 아버지를 불러 봤습니다. “아버지!”

 

 식어서 불어터진 아버지의 떡국을 먹고 작은 아버지께서 건네주시는 동동주 한잔을 마시고 출근을 합니다. 아내는 오늘도 어머니와 손님 맞이를 하겠지요. 아이들은 세뱃돈을 세며 동안 꿈꿔왔던 장난감을 상상하고 형님과 사촌들은 성묘를 가겠지요.

 

도로를 달려 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고올해도 어김없이 출근을 해야 하는 오늘은 까치까치 설날입니다.

 

 요즘은 부쩍 꿈이 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망 다니는 꿈이 아닌 무엇인가를 만들고 이루어 나가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잠시 잊고 있던 야망을 되살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끝까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 치던 아버지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바로 설날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명절. 없이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시는 모든 아버지들께 글을 바칩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버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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