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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영상.방송]/기고

우현의 전원주택 _ 김 기자의 좌충우돌 인터뷰

by 김PDc 2015.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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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당신 안에 깃든 신의 영혼에게 경배합니다. 어느 날 난 검은 소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나이 50이 가까워져서야 새로운 이름을 하나 또 얻게 되었습니다. 다행인가요. 그동안 제 나름의 삶이 그래도 한결같음이 있었나 봅니다. 소 우자에 검을 현자. 우현, 풀어서 검은 소, 이것이 제 이름입니다.” 이렇게 시작했던 ‘우현의 시’ 진행자 김상열 씨의 전원주택으로 향한다.

한밭대로를 가로질러 동학사 삼거리가 나오기 전 논산으로 향하는 신도로를 타고 한참을 달린다. 끝없는 블랙홀로 빠져 나가듯 긴 계룡터널을 지나고도 한참을 가다 보면 계룡시가 저만치에 자리 잡고 있다. 계룡시를 바라보며 논산 쪽으로 달리면 연산 사거리가 나오고 황산벌로 쪽으로 좌회전을 하여 반곡리를 찾아간다. 그러고도 마을 어귀를 지나 꾸불꾸불 산중턱까지 오른 후에야 그의 집이 보인다. 그렇다 그의 집은 대전 중심에서도 한 시간 가량을 달려야만 나오는 예전 유명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나 볼법한 시골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총 15가구 중 주거용 전원주택은 3가구 별장형 전원주택 한 가구가 있다. 7년째 사랑하는 아내와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들과 생활하고 있는 그에게서 전원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 한다.



김 기자 : 안녕하세요?

김상열 : 네, 환영합니다.

김 기자 : 이 동네에서 이 집이 제일 높은 곳에 위치했나요?

김상열 : 아닙니다. 이 앞길을 따라서 조금 올라가면 아, 저기 저 집이 이 동네에서 제일 높고 우리 집이 두 번째로 높죠.

김 기자 : 그러면 밤되면 무섭지 않으세요?

김상열 : 그 이야기를 해보죠. 집사람이 시골을 좋아했어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아요. 도시의 생활 속에서 인간관계에 상처를 입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고 그저 좋아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는 단지 좋아해서 들어 왔어요. 상처를 입고 들어온 사람들은 이제 세상 사람들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해요. 그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을 때 외로움과 무서움을 떨쳐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아요. 우리는 더 깊은 곳으로 가기 위해 이곳으로 들어왔어요. 여기에 들어와서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얻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첫째는 아내와 오랜 시간 대화를 하죠. 노을이 지면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어서 빨리 오라고, 그리고 의자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요. 어느 때는 새벽까지 이야기를 하곤 하죠.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새벽 별 바다를 30분씩 바라보다가 잠을 청하면 그렇게 포근하고 편안할 수가 없어요.

둘째는 자연이 주는 생명의 소리를 가슴으로 느껴요. 지천에 널려있는 열매며 꽃이며 풀이며 자연이라고 그러죠. 그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이곳 밖에 없는 것같아요. 저도 왕복 두 시간의 출퇴근을 하고 아내도 그렇게 하지만 집에 들어서며 느끼는 포근함 평안함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피로가 싹 가시는 것은 내 집이 나와 자연 안에 동화되어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아무튼 도피처가 아니라 안식처라 생각하고 전원주택 생활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기자 : 좀 전에 더 깊은 곳으로 가시려 했다는데 계획이 있으신가요?

김상열 : 아직 계획은 없지만 준비는 된 것 같아요. 아내에게 말하죠. 지금은 어떠냐고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는 더 깊은 곳은 약간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이제는 준비가 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어느 정도 아이가 성장하면 갈까 하는 생각도 하고는 있어요.

김 기자 : 그러면 본격적으로 전원주택을 구입하거나직접 제작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그 동안 가지고 계셨던 생각이나 조언 부탁드립니다.

김상열 : 그래요. 그럼 두서없이 말해보죠 우리가 전원주택을 만들기 위해서 땅을 구입하잖아요. 이때 제일 먼저 확인해 봐야 할 것이 도로예요. 문제는 맹지인가 아니면 포장도로인가를 봐야 해요. 포장도로라면 큰 문제는 없지만 맹지였을 때는 문제가 되요. 맹지란 비포장도로인데 주인이 서너 명이 될 수 있는 사유지일 확률이 높아요. 이때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사용승낙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이것이 참 어려워요. 또는 사용승낙서를 받아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축할 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죠. 다행히 좋은 사람 만나서 저렴하게 끝내는 수도 있지만 욕심 많은 사람을 만나면 500만 원에서 1천만 원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집터만 좋은 곳을 찾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건축 가능한 도로가 확보되었는지도 사전에잘 검토해봐야 합니다. 두 번째는 물이죠. 시골에서는 대부분 지하수를 사용하는데 막상 지하수를 파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수도를 끌어 올 수도 없고 낭패를 보는 경우가 가끔 있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세 번째는 습. 집에 습이 많으면 아무리 예뻐도 소용이 없어요. 그리고 호숫가 근처 지나가면서 한번 힐끗 보기에는 예뻐 보이는데 막상 살아보면 못 견디는 거예요. 상시적으로 안개가 끼는 지역은 다시 생각해봐야 되요. 습은 인간의 건강에 좋지 않아요. 대략 주의해야 될 부분은 이 정도 같아요.



김 기자 : 그럼 건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집은 이렇게 지었으면 좋겠다.

김상열 : 아파트에서 살았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집을 크게 지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기본이 35평, 40평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 반대 합니다. 관리가 안돼요. 그리고 연료비가 장난이 아니죠. 물론 요즘은 창호가 잘 되어서 잘 설정하면 문제없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저 위에 두 분이 사시는데 35평을 지어 놨는데 지금은 후회합니다. 한 달에 기름이 60만 원씩 들어가 봐요. 그때부터 정신없는 거죠. 예전에는 심야전기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허가가 안나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해야 하는데 그 부분까지 생각을 하고 집을 지을 때 적당한 평수에 보온, 단열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김 기자 : 땅에서 건축까지 말씀을 해주셨는데 조경에 대해서도 한 말씀해주시죠.

김상열 : 조경을 할 때 원래 이렇게 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어요. 비가 오고 그러니까 물이 홍수처럼 지고 흙이 무너져 내리기에 석벽을 쌓기로 했는데 조경을 하시는 분이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조경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고민이 되더라고요.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지금은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처음 조경할 때 돈이 좀 들어가더라도 정원의 형태를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경에 대한 공부도 했어요. 그래서 조경하는 사람한테 난 이런 식의 조경을 하고 싶어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액수에 맞춰서 해주더군요. 예전에는 집에 소나무를 들이면 좋지 않다고 했는데 조경 하시는 분이 소나무 전문가더군요. 소나무 이외는 잡나무로 표현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알겠어요. 왜 잡나무인지. 제가 살아보니까 소나무가 집에 안겨주는 격조가 느껴지는 거예요. 어차피 조경 작업 들어가면 만 원, 이만 원짜리 잡나무보다 어느 정도 자란 소나무를 권하고 싶어요. 내가 의자에 앉아서 나무 전체를 볼 수 있는 크기, 굵기 그런나무들 있잖아요. 내가 포근함과 휴식을 갖기 위한 집인데 언제 20년, 30년 자라는 걸 기다리겠어요? 나무는 가치가 있어요. 나무가 잘 자라면 재산이 되요. 그래서 쓸 만한 나무를 돈이 좀 들더라고 처음부터 심으라는 거예요. 참고로 너무 크면 의미가 없어요. 좀 전에 말했듯이 내가 휴식을 취하면서 나무 전체를 볼 수 있는 크기, 그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김 기자 : 텃세 때문에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상열 : 시골에는 그런 생각이 있더군요. 전원주택이 하나 생겼어요. 시골 분들은 삶의 터전인데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겁니다. 상대적 박탈감이랄까 자손들이 도시에 다 나가서 살아요. 고위 공직자도 있고 의사도 있고 그래도 자신이 그렇지 않아요. 제일 좋은 방법은 마을 안에서도 그 마을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어요. 무조건 이장이 아니라 그 동네 실세인 사람을 찾아서 가는 겁니다. 그리고 인간적 접근을 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시골 분들께 인사도 잘하고 먼저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면 시골의 인정이라는 게 그렇게 야박하지는 않아요. 만약 도시적 발상으로 나는 나, 너는 너 그렇게 행동하면 그 텃세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지요. 사람 사는 세상 다 정으로 살지만 아직까지 시골은 시골의 정이 존재하는 거예요. ‘촌에 살면 촌 법을 따라라.’ 그 말이 진리 같아요.

김 기자 : 그럼 마지막으로 전원주택에 살고 싶어 하는 많은 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죠.

김상열 : 우리 집이 풍수적으로 보면 완전 서향입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더 깊은 곳으로 가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던 것은 우리 마음이 여기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너무 깊숙하지도 않고 여기서 보면 저 앞에 도로에 차 가는 것이 다 보이거든요. 그 정도 마음이라고 전원주택은 전원주택이지만 마을 앞이 다 보이기 때문에 사실은 혼자 살고 있다는 마음은 안 들거든요. 일반적인 사람들이 말하기를 서향은 좋지 않고 남향이 좋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산을 뒤로 하기에 자연스럽게 서향으로 형성되었는데 그걸 남향이 좋다고 억지로 돌릴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풍수적인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주위 환경에 맞게 자연스러운 집의 구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김 기자 : 지금까지 좋은 말씀 감사드리고요. 여담으로 ‘우현의시’는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김상열 : 세월호 이후에 알게 모르게 충격이 참 컸어요. 의외로 내 안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글을 쓰고 해야 하는데 그 의미가 상실되었고 그걸 복구하기가 참 쉽지 않았어요. 시간이 약이라고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세월호 문제는 내내 생각해야 해요. 어떤 형태로든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지요. 일반인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틀린 점은 영성이 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마음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그분은 이미 마음의 세계는 떠났다. 그 분 안에는 사랑이라는 영속으로들어가서 사랑이 기반이 되는 싸움을 말씀하시는 것 같더군요. 여하튼 곧 다시 시작할 겁니다.

김 기자 : 인터뷰 감사드리고요. 자주 놀러와도 될까요?

김상열 : 우리 집은 나 자신의 것만이 아닌 세상 모든 이들의 것이라 생각해요. 언제든지 대환영입니다.

김 기자 : 감사합니다.



서산마루에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그는 아내와 저녁을 준비한다. 텃밭에서 딴 각종 채소를 밥상에 올리고 투박한 뚝배기에 내어오는 구수한 된장국 그리고 양촌의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이 그들의 저녁 메뉴가 된다.

한때는 민주화 투쟁의 선봉장으로, 한때는 대형 출판사의 대표로, 한때는 고행의 수도승이었던 이제는 ‘우현’ 검은 소가 된 김상열. 한 여인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버지로 그의 삶을 지켜봐 왔던 필자는 그의 전원주택이야 말로 지상낙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집을 나서며 집으로 오는 내내 그가 말한 “전원주택은 도피처가 아니라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귓전을 맴돈다.

본 기사의 마지막을 우현의 시 「귀향」으로 정리할까 한다.



귀향

- 김상열 -

고향에 못을 박고 돌아오던 날

나는 돌베개를 만들었다.

사랑한 날들은 개천을 따라 남지나해로 흘러갔고

이 년이나 지난 조간신문처럼 이미 누런 그대 소식들은

내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다.

아무도 곁에 없었지만 내 숨소리는 자유롭고

하늘에 이마를 대고 나의 발은 대지에 새 뿌리를 내렸다.

이따금 침묵과 침묵 사이의 아침이 나를 깨우고

날 푸른 손이 심장을 내리칠 때

짧지만 깊었던 내 길은 오열의 흰 피를 솟구치고

진종일 눈이 아려왔다.

아무도 모르게 가야 할 길이다.

저녁이면 별이 지나가는 풀숲에 뿌리 깊은 나무로 누워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낳을 때까지

나를 사랑해야 했다.

먼저 간 길이 있었지만 내 길은 아니었다.

가슴으로 길을 내고

가슴으로 돌다리를 만들고

다시 가슴으로 산을 허물던 날

나는 나를 용서하고 하늘에 얼굴을 묻은 채 흐르는 눈

물을 참지 않았다.

봄이 오고

나는 한 치의 미련도 없이 돌베개를 버렸다.

고향에 두고 온 내 이름 석 자는 마냥 똑같이 불릴 것이지만

불릴 때마다 벌써 어깨는 들썩이고

부질없는 내 사랑의 노래는 야윈 자의 가슴에 한 송이

꽃으로나 피워질까

그 길에 또 다른 내가 있었다.


본 글은 '월간地酒' 2014년 10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podbbang.com/ch/10295

 

 

http://www.podbbang.com/ch/10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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