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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자료]/한길문학동인회

노숙자의 저녁식탁

by 김PDc 2017.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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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 옆 계단 모서리 


겨울을 품에 안은 사내가 


배고픔을 배고 누워있다. 


쨍그랑, 


쨍그랑, 


바구니에 냉돌보다 찬 동정들이 담기면 


그 값싼 소리에 아기보다 환히 웃는다. 


평생을 부어도 못 채울 허기짐이지만 


배고픈 인생을 


싸늘한 입김에 담아 내뱉는다. 


그 채워지지 않을 허기짐에 


소주 한 병 반찬 삼아 넉넉한 저녁식탁 차리고 


오늘도 바구니 하나 밥그릇 삼으며 


손난로보다 따뜻하게 세상을 품는데, 


사람들은 그의 인생 굴곡이 숙취의 울렁거림으로 가슴에 와닿는 지 


값싼 시선 한번 건네지 못하고 


자줏빛 하늘과 같이 깊어지는 한숨소리와 함께 


하수구 밑 어두운 겨울이 되어 흘러가 버린다



- 곽병선 2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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