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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신간안내] “님은 갔지만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by 김PDc 2010.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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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회’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수석, 보좌관, 비서관, 행정관 등 참모들 가운데 정치에 뜻을 둔 인사들의 모임으로,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청정회 회원 가운데 23명의 글을 한데 엮은 책 <님은 갔지만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가 발간됐습니다.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들이 본 인간 노무현’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이 책에는 대통령님을 모시면서 겪었던 비화나 에피소드가 많이 소개돼 있습니다. 지역구도 타파, 특권 철폐, 지역균형발전 등에 대한 대통령님의 고뇌와 집념도 잘 나타나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통령님의 인간적 소탈함과 사람에 대한 따뜻함이 책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 1
권양숙 여사가 대통령 서재를 정리하다가 서랍을 열어보았다. 100여 통에 이르는 흰색 봉투가 들어있었다. 이력서였다. 대부분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것들이었다. 권 여사는 최도술 총무비서관을 불렀고, 최 비서관은 그걸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걸 몽땅 다 불태워버리시오. 이것을 내가 다 주면 인사수석이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하겠소?"

# 2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시절 일이다. 어떤 기자와 함께 화장실에서 나란히 서서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있는데 노무현 후보가 옆으로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소변을 보는 게 아닌가. 별 생각 없이 계속 볼일을 보고 있었는데, 기자는 안절부절 못하는 눈치였다.

어색하게 엉거주춤 인사는 했지만 그래도 대통령후보인데 먼저 자리를 비켜 드려야 하나? 아랫사람들이 있으면 좀 있다 들어오시지...뭐 대충 이런 불편한 분위기였다. 그런데도 노 후보는 아주 자연스럽게 볼일을 보면서 업무지시까지 하는 게 아닌가!

“오늘 인터뷰하기로 한 게 어디더라? 시간이 좀 부족할 거 같으니까 서면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미리 처리해 놓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죠. 그래도 같은 내용이라도 아마 직접 물어보려고 할 겁니다.” “알았네. 할 수 없지 뭐.”

그러곤 볼일을 마치고 손을 씻고 특유의 한쪽 어깨가 조금 더 올라간 약간 건들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경쾌한 발걸음,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기자는 경악했다. 다른 후보 캠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 3
첫 출근 날 승용차 뒷좌석에 모시고 당연히 앞자리로 가서 탔다. 그랬더니 뒤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이리로 오게”하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 사람아 자네 뒤통수를 보면서 어떻게 얘기를 하나?”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주저주저하고 있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자네가 비서지만 다니면서 뭔 얘기도 하고 일 있으면 시키고 의논도 하고 해야지. 뒤로 오게!” 당선자 시절에도 내가 뒷좌석을 비워두고 앞자리에 앉은 일은 한 번도 없었다.

# 4
서거 전 ‘진보주의 연구’에 매달리다가 참모들과 공유하는 비공개 카페에 대통령님이 올린 글은 살며시 웃음이 배어나옵니다.

“헉! 나는 죽는 줄 알았다. 인자는 너거들이 죽을 차례다. 토론 좀 하고, 정리까지 한 번 해봐라, 나는 한참 좀 쉬어야겠다. zzz” 2009.02.04 21:40 | 노무현

저자들은 책을 낸 이유에 대해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높은 가치와 이상을, 살아남은 저희들이 결코 흔들리지 않고 지켜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책은 ‘검찰 수사에 몰려 봉하마을의 부엉이바위로 올라가야만 했던 노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참모들의 참담한 반성문’이기도 합니다. 저자들의 합동출판기념회는 3월3일 오후 6시 광주광역시 메리어트호텔 웨딩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책공방 우공이산> 발간(문의 070-7626-6423) / 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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