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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2

노란 주전자 노란 주전자 내 몸의 태생이 백토나 스텐레스도 아니고 더우기 고급 세라믹이 아니었어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겉을 닦고 속을 씻어 내며 너의 발길을 기다렸다 비가 오는 날이면 꼭 오겠거니 설레이면서 지글거리는 지짐과 부침개 부치는 소리에 흥이 더하던 날은 행복했다 내 혈육들은 뿔뿔이 흩어져 뜨거운 불기운을 먹다가 갈라지고 구멍 나는 가슴에 땜질하며 버티고 버티다가 엿가락 몇 줄이나 빨래비누 몇 토막에 목숨이 팔려버리는 일이 서러웠어도 그래도 너희들에게 뜨겁게 살다 가지 않았더냐 이 몸의 팔자는 수기를 타고 태어나 끓어 오르는 화기는 피했어도 날마다 출렁거리는 냉가슴을 품고 살면서도 생때같은 삶에 지쳐온 너희 설토들을 모두 받아 주지 않았더냐 사는 것이 무엇 있겠는가 나처럼 어깨가 찌그러지고 낯빛이 벗겨지.. 2019. 6. 26.
산 입에 거미줄 치랴? - 처마밑 거미가 한껏 뽐낸 "거미줄"에서 대한민국을 보다. 폭우가 내리고 있다. 하늘이 구멍이라도 난것마냥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 그래도 학창시절은 내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점심으로 사먹을 라면값 300원으로 장미를 사곤 했다.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그래서 비는 내게 더욱 아름다움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침수"다. "수재민"이다. 라는 방송을 보면서 40이라는 나이를 지나니 비는 그저 낭만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먹고 살기 바쁘다라는 말을 들으며...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일년에 두 서너번... 지난 일요일 잠시 처가에 들러 비피해는 없는지 살피면서 처마 밑에 살고자 버둥거리는 한마리 거미와 그가 열심히 만들어놓은 작품 하나 "거미줄"을 본다. 이상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마냥 권력자와 가진자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처럼 잘도 구성되어있다. 어쩌면 거미는 이.. 2010.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