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 맘모스 빵집 누나를 찾아서 part1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사서 거리를 걸었다. 빗속을 헤매다 도착한 곳은 맘모스 빵집. 그곳의 예쁜 빵집 누나에게 장미를 건네면,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받아주곤 했다. 그리고는 감기에 걸린다며 따뜻한 우유와 잘라낸 맘모스빵을 접시에 담아 내어주던 그 모습. 고등학교 시절, 객기 어린 추억이 그렇게 내 마음속에 아른거린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40여 년. 문득 돌아갈 수 없는 기억들이 떠오른다.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지나 사회에 발을 들여놓던 시절. 예상치 못한 이별과 그 후유증 속에서 방황하던 젊은 날들. 무너져가는 것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 깊은 곳까지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아주 오랜 기다림을 포기할 즈음, 아픔마저도 결국 추억이 되어버렸다.
사업에 여러 번 실패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버텨낸 젊음. 그 젊음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내 안의 치명적인 결함들이 자꾸 떠오른다.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결벽스러울 만큼 유약했던 성격. 정의로운 척하며 위선을 합리화하던 모습. 이제는 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학창시절, 따뜻한 우유와 맘모스빵 한 조각을 건네주던 그 빵집 누나가 유난히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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