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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영상.방송]2262

오타의 달 오타의 달 글자의 점 하나가 서로를 혼란하게 하고 신융장 숫자의 콤마 하나가 자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첫 직장의 실무가 되었을 때 퇴근 후 북창동 포장마차에 앉아 손바닥만 한 돼지 주물럭 연탄 구이와 소주 한 병이 모두 오천 원 어치인 계산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에서 딱 오천 원어치의 스트레스를 찢어 버렸었다 가끔 마천루에 걸린 달을 볼 때면, 수 없는 오타의 하루가 휘청거리는 길 보름이 되기까지 살이 오르며 둥글어지는 저 달에서 품어지는 온유의 패러독스 삐끗하는 일은 바로 서기 위한 용서라고 내가 네가 되게 하던 달나라의 오타들을 노랗게 분사하고 있었다 - 김주탁 - 2019. 5. 28.
고래 고래 배 한 척 보이지 않는 먼 수평선 위로 둥실 오른 작은 섬에 분수 하나 뭍을 떠난 포유의 그리움인 듯 덩그러니 떠 있다 - 김주탁 - * 포유 - 어미가 제 젖으로 새끼를 먹여 기름 2019. 5. 27.
파리도 팔자대로 산다 파리도 팔자대로 산다 중앙로 삼계탕집에 사는 파리는 윤기가 좔좔 흐르고 통뚱했다 대패 삼겹살집에 살던 파리도 기름기가 좔좔하니 뚱통했다 그놈들에게도 팔자가 있었을까 파리 날리는 식당에 살던 파리는 파리해진 파리가 되어 어쩌다 손님이라도 들어 오면 얼른 테이블 위로 날아가 머릴 조아리고 죽어라 두 손을 비벼대는 것이었다 어서옵셔! - 김주탁 - 2019. 5. 27.
무제 무제 혈관의 표적에 달려들던 거머리가 흡반을 붙이고 철썩 달라붙는다 징그러운 환형의 적아 너는 붉은 피를 승리하였구나 배부른 봄을 살아 보았구나 무논 밖으로 던져져 따가운 햇살에 화형을 당할지라도 목숨 걸고 달라붙던 패기가 좋았구나 성질 난 발바닥에 싹싹 비벼지고 짓뭉개져도 빨판만은 꼭 오므린 채 뜨거운 피의 맛을 뱉지 않았다 짧던 삶의 후회란 것도 모르고 오월 한번 절절하지 못한 이름들에게 너는 검은 투사처럼 살다 가는구나 - 김주탁 - 2019. 5. 27.
리어커를 찾아서 리어커를 찾아서 그래왔던 하루를 비스무리 움트리며 움직여 본다 도깨비 방망이라도 들어있는 양 허리숙여 방긋 무거운 가방을 흡! 가벼웁게 들어본다. 세상을 두드리니 폼핀 떨어지고 하늘의 해는 잊혀져 간다 오르락 내리락 마주보며 세워진 그물같은 경계속에서 하루의 생존 담아가며 흥얼흥얼 조물거려 본다 비 맞는 인생같은 노가다의 격 세상이 얽으려는 일회용 끈일뿐 쌓여진 폼핀만큼 내가 짜아안 있다 한달의 소중함이 오늘도 있는 일당의 일년 속에 나를 실은 리어커가 있다 - 조철식 - 2019. 5. 24.
포란 포란 스물 한날 정도 종란을 품다가 병아리를 열 마리나 부화시킨 어미 닭에게 새끼 수가 몇 마리냐고 물으니 나는 숫자를 포란한 것이 아니라고 꼬꼬댁 꼬꼬댁 대꾸하며 날개로 가슴을 두드리며 홰를 쳤다 참 별꼴이 반쪽일세 훗날 토종닭 백숙이나 매콤한 닭새탕이 될 놈들을 품에 가리고 사람의 어미처럼 거친 부리를 세운다 새끼를 품는 것들은 세상에 다 어미다 - 김주탁 - 2019. 5. 24.
사투와 사랑 사투와 사랑 일 이 삼 사 오 육 아! 기쁘다 영 영 영 영 영 영 영 영 막막해 진다 이 사 육 팔 손가락 튀기어 본다. 영 영 영 영 영 영 영 포기이다 제가 되었다 부어왔던 적금통장 그속에 적힌 삶과의 사투 수 사라진 일터 속에 눈물을 빗물삼아 흘러가 사라졌다 방 둘 거실 화장실 하나 그녀와 함께 무너지며 날아가 버렸다 사랑이란 생큼하게 두들리는 순간 재가 되지 않는 내 심장의 터에 기댈 그녀가 기다려진다 - 조철식 - 2019. 5. 23.
제 3 한강교에서 제 3 한강교에서 무취업으로 졸업이 가까웠던 즈음에 천 가지 만 갈래 생각을 이고 지고 한강교를 걸어갔다 다리 건너 술집에서 천만 가지 생각들을 퍼마시고 일어나 돌아오던 다리 한가운데에 서서 흐르는 밤 강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한참 동안 거센 물줄기를 보다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노랠 불렀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아아 제 3 한강교 밑을 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만 갑니다~ 나를 두고 홀로 흘러가 버린 꿈아 다리 밑에는 또 다른 새 강물이 흐르고 남아 있는 꿈 부스러기라도 있을까 늙어가는 나이를 뒤져 보았다 - 김주탁 - 2019. 5. 23.
사랑 그 푸르름 사랑 그 푸르름 그녀의 밝고 가녀린 미소 이제 알겠어 내가 멋진줄 착각하게 만든 그 미소 그녀 버들잎 같은 수녀의 미소는 나에게 주는 용기였던거야 세파에 쓰러지지 말라고 그저 푸르름 지켜가라고 그녀는 지금 반백이 되어 마리아님께 기도하겠지 이세상 사랑으로 채워달라고 이름 모를 새소리 성당 종에 닿으면 내마음 흔들릴 때 벽에 걸린 십자가 나를 향해 두 팔 벌려 안아주며 고요해진 잔디와 수풀 사이로 사랑을 탐하는 성당의 기도소리 들어 핀 안개처럼 사륵사륵 울려 나간다 - 조철식 - 2019. 5. 22.
길장미 길장미 사람을 살다가 한 사람에게서 떠날 수 있을까 사랑을 살다가 하나의 사랑에서 떠날 수 있을까 가시를 품는 꽃 가시 돋친 향기를 악물고 있다가 붉은 가슴을 찢어 내는 장미꽃 하나의 사랑을 살다가 한 사람에게서 가시 없이 떠날 수 있을까 가시에 꽃이 피면 가시 없이 너를 떠날 수는 없을까 저리 붉게 미쳐 장미꽃 피고 피는 길에 꽃에서 꽃으로 피는 너를 손끝에 쓰린 눈물 같은 방울 피를 보아도 그런 사람의 사랑을 꺾고 싶다 - 김주탁 - 2019. 5. 22.
시별 시별 너무 아파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너무 슬퍼 눈물도 나지 않았다 너와 나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을까 그런 짓을 몇 번 참았을까 서른한 번째 입사 원서에 코를 박고 시를 찢어 버리던 날 숨이 턱턱 막히고 얼핏 비명도 눈물도 몰라 버렸다 아랫입술에 피가 흘렀다 - 김 주 탁 - 2019. 5. 22.
이끼 이끼 해가 뜨는 시간이 되면 햇살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뭍으로 오른 초목들은 물에 불은 몸통을 훌쩍 키워 내고 널찍널찍 잎을 넓혀 나갈 때 꽃으로의 진화는 서툰 실수였을까 미완에 머문 불구의 몸이라도 좋았다 초록 하나의 힘이라도 바닥에 바짝 엎드린 힘줄인 듯 붙잡고 가끔 풀의 정체성을 혼돈 하는 날이면 민꽃의 이끼는 젖은 바위라도 헛뿌리로 모질게 끌어안고 그 억측의 생김으로 원시의 꿈을 꾸었다 싱그러운 저 숲의 밑바닥을 지키는 소박한 욕심의 꿈을 보라 늘 푸른 원시의 백성들을 보라 - 김주탁 - * 민꽃 - 꽃을 피우지 못하고 포자나 홀씨로 번식하는 식물 2019. 5. 21.
달콤한 입술 달콤한 입술 하루 너 생각해도 잊고 있어도 바뀌지 않아 부빅거리는 어깨밀림 느낄 수 없는 혼자일 때 생각이 될때 더욱 그냥 좋으니까 좋은 대로 있기도 해 내볼에 닿는 달콤한 입술 다정하게 들려오는 말투 손끝에서 저리 멀어질 땐 너는 모르는 네가 되지 돌아서는 네 뒷모습이라도 보고픈 이별이 되지 - 조철식 - 2019. 5. 21.
명태 명태 춘태 추태 동태 노가리 코다리 먹태 황태 생태 북어 시 안주로 더이상 좋을 수 없는 놈 뭇 이름 있는 시인들의 언어 식성으로 맛깔스런 말장난 유희의 친화에 놀아나도 너는 바다의 폼나는 어족이었으니 네가 바다를 떠나 죽어 떠돌던 몸뚱이처럼 먹성대로 붙혀 지던 그 많은 억울한 한 몸의 죄목 너는 그저 명태였고 어쩌다 그물에 걸린 죄로 명태의 명퇴를 눈물 없이 받아들였으나 죄명 하나하나에 제주 같은 술잔을 받으며 네 몸뚱이가 부서지고 찢겨지는 능지처참에 부관참시를 당해도 혀가 없어 말 못하는 너는 쩍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몸욕 치르며 등뼈 하나라도 지켜 내는구나 - 김주탁 - 2019. 5. 20.
청춘을 보내며 청춘을 보내며 욕심 없이 산다고 살다 보니 내어줄 아무것도 없어 떠나가는 너의 빈손이 민망하여 바람의 길을 습작하던 내 잡시라도 쫄깃쫄깃 씹으며 돌아가라고 바람벽에 걸어 논 통 북어 한 쾌 끌러 빈손에 들려 보냈다 그놈도 한때는 물 좋던 명태였다네 - 김주탁 - - 2019년 명태조업이 금지되면서 국내산 생태탕은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동태 생태탕은 모두 수입산! 삼십 이 년 전 충대 막걸리 동산에서 낮술 빨다가 우연히 데모에 동참했다가 뒤풀이로 먹었던 그때 유성시장 국내산 생태탕의 시원한 맛을 잊을 수 없다. 빨리 동해에 명태가 넘쳐나길 바란다! 2019. 5. 20.
바람개비 바람개비 수직 끝에 매달려 거센 바람이 불어오면 윙윙윙 찢어질 듯 울어대며 어지러운 원주를 토해 내는 바람개비는 가슴 한복판에 대못 하나 콱 박혀 날아갈 수 없는 비행의 꿈 거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슬픈 동화처럼 울었다 - 김주탁 - 2019. 5. 19.
냉이꽃 냉이꽃 가까이 다가가야 잘 보이는 풀꽃 쪼그려 앉아야 더 잘 보이는 풀꽃 작은 욕심의 기쁨을 일러 주는 꽃 그 누구도 이쁘다 꺾어가지 않는 풀꽃 순박한 웃음을 모두 내어 주는 꽃 고향 집 순이의 볼조개처럼 피는 풀꽃 쬐그만 하얀 냉이꽃 - 김주탁 - * 볼조개- 보조개에 대한 충남의 방언 - 보잘것없는 냉이의 꽃말이 좋다.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2019. 5. 18.
아카시아꽃 아카시아꽃 아카시아 잎 하나 뜯어내며 사랑한다 또 한 잎 뜯어내며 사랑 안 한다 마지막 남은 한 잎 달콤한 손끝의 비밀로 남겨 두던 청보리 까슬 거리는 보릿고개에 서서 향긋한 송이 송이꽃 입에 물고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첫사랑 사라진 유년의 작은 배꼽 같은 꽃 하얀 아카시아 꽃 - 김주탁 - 2019. 5. 17.
글쟁이 촌막 글쟁이 촌막 사람의 사상이나 감정을 글 그림으로 적거나 인쇄한 여러 낱장을 묶어 만든 것 백과사전은 책이라 적어 놓았다 글을 쓴지 사십 년이 지나 친구가 책을 냈다 떠들썩하니 출판 기념회까지 치르고 뒤풀이하던 자리 소설을 쓰고 시를 짓고 여기저기 줄줄이 등단까지 하던 놈이 그동안 실컷 논술장사로 배불리 먹고살다가 처녀 수필집 뒷장에 전언까지 쓰고 이름을 적고 싸인까지 갈겨 대더니 내게 책을 건네고 술잔도 권한다 술잔만 받았다 `나 , 술보다 더 취하면 가져가마! 집에 가져가서 밑 닦을지도 모르겠지만, 주는 것이니 꼭 챙겨가마' 놈의 글재주 뒤꿈치도 못 되는 가난한 시인 흉내를 내는 내 손을 꼭 잡고 글쟁이 촌막 하나 짓는 일이 다 뭐라고 우린 서로 술배 터져라 웃고 웃다가 껄껄껄 울었다 - 김주탁 - 2019. 5. 16.
대덕구 숨은명소를 찾아라 공모전 [공모 개요] ᦂ 공모주제 : 대덕구 내 사진 찍기 좋은 명소 ᦂ 응모자격 : 누구나 참여 가능 ᦂ 응모방법 :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대덕문화원”으로 사진 전송 또는 이메일 접수 (ddcc7517@hanmail.net) ᦂ 접 수 명 : 이름_연락처_사진출처 예시) 김대덕_042_627_7517 ᦂ 응모횟수 : 제한 없음 ᦂ 응모기간 : 4월 5일(금)~5월 24일(금)18:00까지 ᦂ 선정발표 : 5월30일(목) / 개별연락 2019. 5. 15.
반비례의 맛 반비례의 맛 초장 찍은 참두릅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청한 살 맛 나지 않는가 사람의 나이는 덜어내는 것이 못돼서 점점 사는 것이 재미 없어지는 날 두 사발 세 사발 살맛을 실컷 마시다가 다음날, 죽을 맛이었다 몸의 나이도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서 숙취로 정신 차리는 아침 풋한 두릅에 생때같은 살맛에 취한 뒤에 뭐 하나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 김주탁 - 2019. 5. 15.
산수유 / 영배에게 산수유 / 영배에게 봄술이 취해 오면 무심코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저놈의 꽃 때문이다 저놈의 꽃 때문이다 노란 꽃잎이 성게 가시처럼 터져 그럭한 봄이 다 흩어지기 전에 저럭히 늙어 가는 나는 봄술을 이기지 못하고 욕질하듯 불러 보는 사람이 있다 노란 산수유꽃 주절이 피는 날이면 너도 나처럼 그러하느냐 산수유 꽃이 핀다고 너도 나처럼 늙어가며 욕질하느냐 - 김주탁 - 2019. 5. 14.
누군가를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에 가슴을 두고 갈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를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에 가슴을 두고 갈 수 있다는 것이 2019년 5월 12일 21시 21분 6호차 18호석 나어린 여자의 화장기는 짙은 경계다 이데올로기보다 무서운 것은 단절이다 이데야 서로 치고 박고 한다지만 외면의 가면을 쓴 단절은 침묵의 소음과 동행한다 어디까지 가느냐 지금 뭐 하느냐 무슨 일로 거기까지 가느냐 앞으로 뭘 하려고 그러냐 나이가 어떻게 되냐 애인은 있느냐 입이 근지러워 참기 힘든 것은 내 오래 전 동석의 말품을 한없이 나누던 지친 여로의 습성 때문이었을까 도심을 떠나 달리는 차장 밖 시커먼 들녘에는 삶은 계란 껍질 같은 조각별들이 던져지고 사람의 눈빛은 간지러운 졸음에 무거워지며 떠나는 것이 매일같이 익숙한 열차 혼자만 온몸으로 시끄러웠다 부경선의 상행 속에 혀끝에 돋는 비.. 2019. 5. 13.
으름꽃 으름꽃 푸른 은화 닷냥 잎자루 끝으로 매달고 이리저리 굽어 틀며 오른 덩굴 바람을 승낙하는 잎맥의 지문들 허공마다 푸른 지장으로 흔들리는 화엄의 몸짓 님이 오시려나 보다 너의 자태는 자비의 합장 보랏빛 작은 꽃 연등처럼 둥글게 몽글졌다 잎에도 지문이 있어 초록으로 사는 꼴 손처럼 벌린 으름잎 사이사이 조롱조롱 꽃등을 내고 소원을 벌리고 있다 성취의 향을 피워 내고 있다 - 김주탁 - 2019. 5. 13.
붕꽝 붕꽝 도통 알 수 없는 일 붕어의 마음 물청태 때문에 월광 때문이라 알면서도 무슨 욕심이 그리 나던지 별빛 물 바람 개구리 소리 시원한 침묵 가슴 망에 가득 담아 오면서도 도통 알 수 없는 것 붕어는 오지 않고 피라미 극성에 꾸깃꾸깃 조바심 부리던 내 성질머리 꾼이 되려면은 아직 멀었다. - 김주탁 - 2019. 5. 13.
참새의 랩소디 참새의 랩소디 햇살보다 먼저 깨어나 쫑알 쫑알 아침이 시끄러운 새 끓어오른 뚝배기처럼 뽀글 뽀글거리며 필통같이 달그락거리는 수다를 떨다가 까만 전선 위로 쪼르르 몰려 앉는 콤마 같은 새 눈 정 귓정의 향수를 푸륵 푸륵 쪼아 대는 조막만 한 몸짓 살아 가겠다고 시끄럽게 살아남겠다고 짹짹거리는 스타카토 -헝가리안 랩소디 도시의 옥타브와 섞이지 않는 새의 목청을 검은 건반의 가시처럼 키웠다 - 김주탁 - -용문동 아침 골목의 참새떼! 사진이 기막히게 찍혔다 확대하면 수십 가지의 날갯짓이 보인다! 2019. 5. 11.
풀 풀은 꺾이지 않는다 풀은 부러지지도 않는다 바람이 거칠면 서로의 알몸을 끌어안고 지독한 눈물의 몸살이 그랬던 것처럼 휘어졌다 다시 일어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제 곡절을 끝내듯 풀에게도 초록의 시간은 여지없으니 햇살이 얇아지는 날 뿌리에 남은 마지막 힘을 악물고 살아 냈던 세상에 풀씨를 사리처럼 토하며 풀은 풀로서 죽는다 시에 뼈를 묻고 죽는 시인처럼 풀은 푸른 도를 통한 것이겠지요 - 김주탁 - 2019.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