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옥1 버려지는 것들 버려지는 것들 가옥이 아파트로 이사한다 자개장에 묻히던 손때는 숯 빛 옻칠 위로 매끈하게 남아 반짝인다 가만한 세월을 묵히며 담가 두던 속 깊던 오장의 칠 부쯤 되는 장독들 신문지에 겹겹 낯짝을 가리고 떠나가는 종지와 뚝배기의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함지박 같은 주둥이를 벌리고 뒤 따라 나온 헛일에 섭섭하게 웃고 있다 정별 뒤에 남는 군더더기 같은 눈물처럼 문짝을 뜯긴 딱지 붙은 장롱에 묵묵 기대어 떠날 때는 버려지는 것들 장사 하다가 대전역까지 한사코 마중 나오던 어미의 그 가슴처럼 웃고 있다 - 김주탁 - 2019. 4.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