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1 풀 풀 풀은 꺾이지 않는다 풀은 부러지지도 않는다 바람이 거칠면 서로의 알몸을 끌어안고 지독한 눈물의 몸살이 그랬던 것처럼 휘어졌다 다시 일어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제 곡절을 끝내듯 풀에게도 초록의 시간은 여지없으니 햇살이 얇아지는 날 뿌리에 남은 마지막 힘을 악물고 살아 냈던 세상에 풀씨를 사리처럼 토하며 풀은 풀로서 죽는다 시에 뼈를 묻고 죽는 시인처럼 풀은 푸른 도를 통한 것이겠지요 - 김주탁 - 2019. 5.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