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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흑석동에서 우리는 1989, 흑석동에서 우리는 잡풀의 끈질긴 억척도 허락하지 않는 건조한 산턱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척박의 생태도 두렵지 않았다 추진 돌의 물기라도 적셔 내려고 오그린 몸을 서로서로에게 바짝 하며 찬 바람에 체온을 긁히며 품어 내는 부정거사의 이로운 약성이 청하다 황무한 터에 시원의 기억을 끌고 와 군락진 부처손 짙푸른 비늘 풀 비늘로 돋아 차갑게 맺히는 이슬마다 별빛을 켜고 아, 가파른 암벽의 경사에 박힌 뿌리들이 단단한 돌의 힘을 삼키고 있었다 * 부정거사 - 정한 기운을 북돋아 사한 기운을 물리친다 - 김주탁 - [슈퍼앤슈퍼 - 홈] 최고의 제품, 최고의 기술로 당신의 회사를 책임집니다 superandsuper.modoo.at 인터넷마케팅, 부동산컨설팅, 영상제작, 홈피제작, 블로그제작, 제작홍보, .. 2019. 11. 23.
풀의 꿈 풀의 꿈 - 군산 적산가옥에서 집은 구조론의 외투다 또한 수필이나 소설 같은 구성의 언어를 통 북어처럼 깡 말리고 산다 대문을 하나 두는 것은 똥개 뒷다리 오줌 같은 영역 표시다 그러면서 그윽한 창문들을 가슴 높이에 몇 개 달아 놓았다 힘줄이 끊어지면 단백질은 필요 없다 삼 일전 끊어진 내 팔뚝의 힘줄에 서너 가지 알록달록한 알약을 풀어 주다가 몸도 마음도 얼굴도 바람벽처럼 낡아가는 내 안의 시간을 헤아리며 허공을 떠도는 먼지 하나를 쥐어 보았다 너 떠나가는 역사에 줄줄 매달려 징징거리는 틀림의 치욕에 아! 요즘은 껍데기 아니면 화려한 포장지 또 아니면 너 살면서 차지하는 녹색 영역의 일면을 더럽히는 욕망들 적산가옥 추녀 끝 풀씨 날아와 몸을 풀고 풀을 세운다 - 김주탁 - 2019. 7. 24.
오르막에서 오르막에서 오르막 산길을 멈추어 서니 나무도 풀도 자세히 보였다 새소리도 똑바로 들렸다 멈추어 앉아 있으니 지나가는 구름의 모양도 보이고 바람 소리도 시원히 들렸다 힘들 때는 잠시 쉬어 가고 볼 일이다 산을 깔고 앉아서 말이다 - 김주탁 - 2019. 6. 10.
풀 소가 풀을 뜯고 있다 쇠 등에 파리가 앉아 탐식중이다 모기가 날아와 쇠파리의 피를 빨고 있다 풀의 피를 빨고 있다 풀은 주검으로 돌아온 녀석들을 풀뿌리로 빨아들이고 있다 붉고 뜨거운 피는 차갑고 푸른 엽록의 변환이었으니 그 엉킨 순환의 에너지가 햇볕과 비와 바람과 시간의 교감에서 자란 풀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 김주탁 - 2019. 6. 3.
풀 풀은 꺾이지 않는다 풀은 부러지지도 않는다 바람이 거칠면 서로의 알몸을 끌어안고 지독한 눈물의 몸살이 그랬던 것처럼 휘어졌다 다시 일어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제 곡절을 끝내듯 풀에게도 초록의 시간은 여지없으니 햇살이 얇아지는 날 뿌리에 남은 마지막 힘을 악물고 살아 냈던 세상에 풀씨를 사리처럼 토하며 풀은 풀로서 죽는다 시에 뼈를 묻고 죽는 시인처럼 풀은 푸른 도를 통한 것이겠지요 - 김주탁 - 2019. 5. 10.
가을 수확을 기다리며...들판에서 2 - 들녘의 생명들... 들녘을 거닐면 새삼 알 수 없는 기운들이 몰아친다.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 자연의 숨소리 어쩌면 이 모든 기운의 복합으로 삶은 풍요로운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한 인간이... 2009.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