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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자료]/say no의 가르침

LIFE 와 LIVING

by 김PDc 2009.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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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와 LIVING


나는 인생을LIFE와 LIVING으로 구분한다. 번역을 한다면 삶과 생활이라고 할 수 있겠다. LIVING 은 경제적 대가를 얻고자 시간을 투여하는 대상 혹은 그런 목적으로 일하는 시간 자체를 그 영역으로 갖는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 그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건 없건, 그 대가가 많건 적건 간에 무료로 하는 것이 아니고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면 모조리 LIVING 에 속한다.

LIFE는 돈을 벌고자 하는 행위와는 관계없이 시간을 사용하는 영역이며 우정,사랑, 희생,보람,가족,자연 등이 그 중요 가치를 이루지만 게임이나 영화,음악 등과 같이 자신이 재미있어 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도 이 영역에 속할 수 있다.

다른 직업을 택하면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도 있는데도 적은 보수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은 LIVING 속에 LIFE가 깊이 스며든 경우이다. 그러나 입으로는 봉사나 보람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대가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LIFE를 위장한 위선적인LIVING 에 불과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예술가들처럼 LIFE 와 LIVING 의 영역이 상당 부분 중복되는 경우들도 있다.

대개의 사람들에게는 그 두 영역이 분리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LIVING 을 LIFE 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식당을 하는 사람에게 식당에서 일하는 것은 당연히 LIVING 이 되겠지만 불우한 이웃을 위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도 한다면 그 일은 LIFE 도 되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인생은 이처럼 LIVING 속에서 LIFE 를 추구하며 그 구분이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아닐까 싶다.

중요한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LIFE는 LIVING 에서 얻은 돈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LIVING 이 나무의 뿌리와 줄기라면 LIFE는 열매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뿌리도 없이 LIFE에 너무 치우치게 되면 LIVING이 흔들리게 된다. 예컨대 하루에 10 시간씩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게 되면 건강한 몸을 갖게 되어 LIFE는 튼튼해 질 수 있겠지만 운동선수가 아닌 이상은 춥고 배가 고파질 것이다. 신앙을 자신의 최우선 LIFE로 생각하는 직장인이 교회에서 철야 예배를 보고 아침에 출근하여 일터에서 꾸벅 꾸벅 존다면 그의 LIVING 은 조만간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직장인이 공휴일 마다 가족과 함께 등산이나 낚시를 한다면 LIFE 는 튼튼할 지 모르지만 LIVING을 UP GRADE 시킬 시간을 투여하지 않기에 조만간 직장에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수도사들처럼 LIVING을 거의 무시한 채로 LIFE 만을 중시하며 살 수도 있겠지만 한 가족의 가장이 기본적인 LIVING 마저 무시한 채 자신의 LIFE만을 찾고자 한다면 그 가족의 LIVING은 흔들리게 되고 결국은 가족의 LIFE 마저도 무너질 수가 있다.

반대로 LIVING을 중시하다가 LIFE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 택시회사에 고용되어 있었다가 개인택시 면허를 받아 독립하게 되면 자신이 버는 돈 모두가 자기 수입으로 잡히게 되어 처음에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깝게 느낄 정도로 운전을 하며 돈을 벌고자 한다. 그러다가 몸이 쇠약해지면서 코피를 흘리게 되면 그때서야 , “아차, 돈이 다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다. LIVING 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건강이라는 LIFE 를 놓치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족의 가장이 자신의 바쁜 LIVING 을 핑계로 자녀에 대한 모든 문제는 아내에게만 맡겨 놓는 경우 역시 아버지로서의 LIFE를 잃어 버리는 것이 되고 만다. 돈이 되는 환자들에만 매달리는 의사 혹은 수임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사건만 수임하는 변호사 같은 경우 LIVING은 성공적일 수 있으나 그 직업에서 얻을 수 있는 LIFE는 허약한 상태가 되고 말 것이다.

부자들의 경우는 어떨까? 대부분의 부자들은 예술가들처럼 LIVING에 속하는 일을 자신의 LIFE로 생각하며 살아 온 사람들이다. 일은 일상에서 그들이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일하는 것을 그 어떤 가치 보다 우선시하며 즐겨왔다. 하지만 일 자체를 평생의 의무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평생 일만 하여야 하는 일개미로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강조하곤 했다. 천국이나 유토피아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은 못 들었다. 인간이 바라는 이상향은 기본적으로 무노동의 세계이다. 평생을 일만 하다가 일벌레로 죽어야 하는 운명이라면 나는 거부하겠다(죽을 때, 일을 더하고 싶다고 말하며 죽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일,일,일” 하며 살았느냐고? 일을 효율적으로 남들 보다 더 잘 하게 되면 세상에서 받는 대가가 커진다. 그 받는 대가가 쌓여 부자가 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일에서 벗어나,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게 된다. 즉 LIVING 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LIFE 가 가능하게 된다. 반대로, 젊어서 LIFE에 투자를 많이 하게 되면 중년 이후에는 LIVING 때문에 쩔쩔 매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는 우선은 LIVING 에 최선을 다하면서 30대가 끝나기 전에 LIVING 영역에서 뭔가 이룩해 놓고자 하였다. 즉 철저하게 우선 순위를 LIVING 에 두었다. LIVING 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바빠진다. 정신없이 바쁘다 보면 문득 회의감이 찾아 올 것이다. LIFE와의 균형 문제로 인하여 갈등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이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면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콜럼버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1493년’에서 콜럼버스의 아내는 남편에게 제발 돈 좀 벌어오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자 콜럼버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돈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쁘게 만든다.” 맞다. 이것은 웬만큼 부자가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부자가 되게 되면 한가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부자로 만들어 준 구조체를 관리하여야 하기에 시간에 더더욱 쫓기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그랬었지만 이미 지금은 그 굴레에서 벗어났다. 거미줄을 아주 크게 쳐 놓고 벌레도 많이 잡아 놓은 느긋한 왕거미이건 작디 작은 거미줄을 쳐 놓고 한없이 벌레를 기다리는 작은 거미이건 간에, LIVING을 위한 거미줄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벌레가 많고 적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부자가 된 뒤의 LIVING 과 LIFE 사이의 균형 문제는 부자들 자신이 알아서 처리하여야 할 문제이다.

문제는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생각하여야 할 균형과 불균형이다. 흔히 돈과 관련하여 사람을 평가할 때 아래 네 마디 중 하나를 사용한다.

돈도 없다.(LIVING도 LIFE도 신통치 않다)
돈은 없다.(LIVING은 신통치 않으나 LIFE는 좋다)
돈은 많다.(LIVING은 좋으나 LIFE는 신통치 않다)
돈도 많다.(LIVING도 좋고 LIFE도 좋다)

아마도 누구나 “돈도 많다”는 말을 듣고자 할 것이다. 내가 조언할 수 있는 것은 , 부자가 되어가는 단계에서 만큼은 LIVING과 LIFE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완벽하게 잡으려고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일단은 LIVING 에 신경을 쓰고 시간을 투자하라(이것을 나는 일용할 양식부터 먼저 구하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야 뿌리가 깊고 굵게 박히며 비바람이 쳐도 열매가 맺는다. 자신이 원하는 LIFE 를 갖고자 한다면 우선은 LIVING 에 충실하면서 돈부터 모으라는 말이다.

그러나 부자가 되어가는 단계에서 LIFE 를 모조리 무시하지는 말아라. 최소한도는 해라. 기혼자라면 이를테면 배우자의 생일, 처음 만난 날, 결혼 기념일 만큼은 카드도 준비하고 꽃도 사고 촛불도 켜라.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애들이 아니라면 멀리 해라. 그래서 친구들이 핀잔을 주고 따돌림을 한다고 해서 속상해 하지 말아라. 부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외로움을 이겨내는 과정이기도 함을 결코 잊지 마라. 어차피 당신 친구들 대다수는 평생 돈 걱정하면서 살게 된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라.

하지만 아무리 돈을 모으느라 눈코 뜰 새가 없어도 비가 오면 때로는 비도 맞아 보고 맨발로 잔디를 밟기도 하여라.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삶도 종종 살펴 보아라. 자신이 왜 부자가 되려는지를 정확히 되새기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4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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