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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2

아버지. 아버지.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밤 아버지는 하얀색 양복 차림 노신사의 모습으로 제 앞을 걸어가셨습니다.아무리 불러도 눈길 조차 주시지 않는 당신을 하염없이 쫒다 잠에서 깨었지요.새벽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집 밖으로 나가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새벽에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가노라면 거실 소파에 앉아 도면을 넓게 펼치시고 담배를 물고 계시던 아버지.아침이면 소복하게 쌓여있던 재떨이를 치우곤 했습니다.때때로 수없이 많은 새벽, 아버지의 모습은 제 뇌리 속에 각인이 되어있고저 또한 답답한 새벽이면 담배를 물고 삶에 대한 고뇌를 하곤 합니다. 가족. 아장아장 걷던 손주는 어느덧 제 옆에 나란히 서서 할아버지께 경견 하게 절을 올립니다. 당신이 새벽에 마른 담배를 태우시던 것이 저 때문.. 2017. 10. 23.
추석 그리고 장모님 2개월 전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장모님 산소를 다녀왔습니다.수십 년 전 이별하신 장인과 합장해 달라는 유언으로 두 분은 지금 한 곳에 계시죠.추석 당일에는 일이 있어 찾아뵙지 못했는데 어제 아이들과 같이 다녀왔습니다.절실한 크리스천으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기를 바라셨지만 장인도 계시고 첫 추석이고 해서 아내 몰래 조촐한 제사상을 준비했습니다.술을 따르고, 절을 하고, 찬송가를 부르는데 울컥 목이 메어오더군요. 아내는 엉엉 울고 이내 아이들도 구슬프게 눈물을 훔치더군요.생과 사, 모든 삶이 인간의 뜻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아내에게 했던 이야기. "삶과 죽음의 결정은 신의 몫, 우리는 그저 신의 섭리를 따를 수밖에 없잖아? 시간이 가슴에 아픔도 지워줄 거야?" 저는 몇 해 전에 돌아가신 아.. 2017.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