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2 풀의 꿈 풀의 꿈 - 군산 적산가옥에서 집은 구조론의 외투다 또한 수필이나 소설 같은 구성의 언어를 통 북어처럼 깡 말리고 산다 대문을 하나 두는 것은 똥개 뒷다리 오줌 같은 영역 표시다 그러면서 그윽한 창문들을 가슴 높이에 몇 개 달아 놓았다 힘줄이 끊어지면 단백질은 필요 없다 삼 일전 끊어진 내 팔뚝의 힘줄에 서너 가지 알록달록한 알약을 풀어 주다가 몸도 마음도 얼굴도 바람벽처럼 낡아가는 내 안의 시간을 헤아리며 허공을 떠도는 먼지 하나를 쥐어 보았다 너 떠나가는 역사에 줄줄 매달려 징징거리는 틀림의 치욕에 아! 요즘은 껍데기 아니면 화려한 포장지 또 아니면 너 살면서 차지하는 녹색 영역의 일면을 더럽히는 욕망들 적산가옥 추녀 끝 풀씨 날아와 몸을 풀고 풀을 세운다 - 김주탁 - 2019. 7. 24. 으름꽃 으름꽃 푸른 은화 닷냥 잎자루 끝으로 매달고 이리저리 굽어 틀며 오른 덩굴 바람을 승낙하는 잎맥의 지문들 허공마다 푸른 지장으로 흔들리는 화엄의 몸짓 님이 오시려나 보다 너의 자태는 자비의 합장 보랏빛 작은 꽃 연등처럼 둥글게 몽글졌다 잎에도 지문이 있어 초록으로 사는 꼴 손처럼 벌린 으름잎 사이사이 조롱조롱 꽃등을 내고 소원을 벌리고 있다 성취의 향을 피워 내고 있다 - 김주탁 - 2019. 5.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