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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설 편육 우설 편육 일소의 혓바닥처럼 고단한 부처가 또 있었을까 멍석만 한 혀를 쑥 빼어 내밀고 부글거리는 입거품이 코뚜레까지 엉키고 시린 우골을 지게 작대기처럼 짚어 가며 힘써 갈아 넘기던 전답의 힘줄들 첫닭 울며 잔별 지는 새벽이면 물안개 오르듯 무럭거리는 쇠죽 김에 호수 같은 눈망울 껌벅거리며 음메 으으음메 긴 밤의 숨소리들에게 몸 울음 하였다 백열등 켜지는 연푸른 어둠 끝에서 손하품 하던 여자 통나무 구유에 여물 가득 쏟아 붙듯 사내의 국 사발 대접에 한 국자 더 퍼 담던 시루 콩 나물국 소나 사람이나 한 식구였던 아득한 통절히 깊게 패인 내 이마 고랑을 채워 오고 할아버지 뒤따라 하늘 밭으로 떠난 그 일소 잘 삶아진 우설 편육 한 접시 앞에 두고 깡소주만 들이키다가 사람 혀만 이랑처럼 꼬부라졌다. - 김.. 2019. 6. 13.
풀 소가 풀을 뜯고 있다 쇠 등에 파리가 앉아 탐식중이다 모기가 날아와 쇠파리의 피를 빨고 있다 풀의 피를 빨고 있다 풀은 주검으로 돌아온 녀석들을 풀뿌리로 빨아들이고 있다 붉고 뜨거운 피는 차갑고 푸른 엽록의 변환이었으니 그 엉킨 순환의 에너지가 햇볕과 비와 바람과 시간의 교감에서 자란 풀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 김주탁 - 2019. 6. 3.
E034. [우현의시] 부질없는 그대에게. _ 김PD오늘 문자가 옵니다. "파일 보냈다." 우현이 다시 녹음을 시작 했습니다.세월호 학살 이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그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형.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게 맞아?""글쎄"그런 우현이 다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음성에 음악을 얹어 파일을 만듭니다. 그 파일에 사진을 끼워 영상을 만듭니다.참 오랜만의 작업입니다.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 이제 정말 일어나야겠습니다. 2014.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