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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설 편육
일소의 혓바닥처럼
고단한 부처가 또 있었을까
멍석만 한 혀를 쑥 빼어 내밀고
부글거리는 입거품이 코뚜레까지 엉키고
시린 우골을 지게 작대기처럼 짚어 가며
힘써 갈아 넘기던 전답의 힘줄들
첫닭 울며 잔별 지는 새벽이면
물안개 오르듯 무럭거리는 쇠죽 김에
호수 같은 눈망울 껌벅거리며
음메 으으음메
긴 밤의 숨소리들에게 몸 울음 하였다
백열등 켜지는 연푸른 어둠 끝에서
손하품 하던 여자
통나무 구유에 여물 가득 쏟아 붙듯
사내의 국 사발 대접에
한 국자 더 퍼 담던 시루 콩 나물국
소나 사람이나 한 식구였던 아득한 통절히
깊게 패인 내 이마 고랑을 채워 오고
할아버지 뒤따라 하늘 밭으로 떠난 그 일소
잘 삶아진 우설 편육 한 접시 앞에 두고
깡소주만 들이키다가
사람 혀만 이랑처럼 꼬부라졌다.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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