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SF 시나리오
갑자기 단전 단수 단유가 된다면
나는 좋아라 춤을 출 것이다
깜깜한 세상, 별을 보며 살 것이고
접촉사고나 신호위반 대신 서로의 어깨를
부딪히다가 호형호제하며 가까워질 것이고
너의 안부를 묻기 위해 편질 쓸 것이고
목마른 놈 먼저 샘물을 팔 것이고, 지나는
아무개에게 선뜻 바가지물을 내어 줄 것이고
정말 네가 보고 싶을 때, 서너 날쯤 맘 잡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너에게 달려가리라
부둥켜안고 아무 길바닥이나 나뒹구리라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이기지 못해
별빛 달빛 내린 박주의 술로 만취하리라
제발, 지진이나 홍수나 전쟁으로의 단절로
우리의 목줄이 비틀리지 않기를
나는 먼 별나라 이야기였던 공상 과학
시나리오를 아이에게 신나라 들려주었다
- 김주탁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