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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영상.방송]/김주탁의 일詩일作

선영이

by 김PDc 2019.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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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이


선영이는 지하 다방 레지였다
덩치는 크고 어린 것이 남달리 순수하고 촌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층 고시원에서 만난 우리들은 가끔 중요한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면 지하에 내려가 차 한잔과 엽차로 서너 시간 죽 때리고는 하였다. 아주 가끔 그녀의 매상을 위해 커피 몇 잔을 추가로 팔아 주기도 하였다
그녀는 차 배달은 하지 않았다 일 층에 대걸레
빨러 올라올 때 만나거나 어찌 마주치거나 하며 오빠 동생 사이가 되었을 때 나는 그녀의 눈썹 라인이나 립스틱 색조를 빈정거리며 놀려 대다가 꼬집힘의 응징을 당하기도 했다
어느 날 그녀의 배가 점점 불러오더니 이내
다시 쑥 꺼져 버렸다
술 한잔 하면서 듣기로는 젊은 동거남의 벌이가 시원치 않아 지워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의 생일이 내일이었다 마침 단풍이
짙어 지고 있어서 우리는 가을 산행을 결정하였다 오전에 만난 우리는 그녀에게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건넸다 
울먹이던 그녀는 단화를 신은 발로 꽃다발을 가슴에 품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중턱쯤 너덜길을 오르다가 그만 그녀가 삐끗하니 넘어지며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녀의 손에 고스란히 잡혀 있던 꽃다발

그녀가 난생처음 받아 보았다던 
후레지아 꽃다발이

그녀가 꼭 쥔 아픔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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