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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포장마차에서 눈물을 흘린 까..닭

by 김PDc 201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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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련한 기억으로 남는 포장마차.

홍명상가 귀퉁이를 돌아 줄줄이 늘어선 포장마차를 들어서면 구수하면서도 흥겨운 홍합탕 내음과 고갈비의 약간 비릿하면서도 부드러운 살갗을 부끄러워 빨간 양념을 살짝 걸치고 주인 아주머니의 손길을 타고 나온다.
비라도 내릴라치면 포장지붕위로 작은 운율에서 위대한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음악이되어 한잔 한잔 술잔속으로 빠져드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20수년전의 이야기다.



퇴근길 여직원들의 유혹에 잠시 가던길을 멈췄다.
오정동 농수산 시장을 지나기전 우회전해서 골목길을 굽이도니 작은 포장마차 촌이 있고 12시를 한참 지나서 인지 손님들은 없었다.
그중 매운 닭발로 유명한 끝집으로 들어섰다. 충청도 사투리가 정갈스런 주인 아주머니의 인사로 자리에 앉아 엄청매운 닭발을 주문한다.


얼음소주로 무더위를 씯어버리고 위장을 세척하고 곱게 빚은 닭발을 뜯어댔다.
입가의 매콤한기운이 혀끝으로 밀려들고 찔끔찔끔 눈물까지 보이며 발가락 마디마디를 쪽쪽 빨며 소소한 한점의 살도 남김없이 한접시를 비운다.



취기어린 손가락으로 사진 몇장을 찍어본다.
무더운 한여름밤 수십마리의 닭들의 발을 뜯어가며 소담스럽고 정겨운 서민의 하루는 막을 내린다.
깨끗하게 발린 닭들의 뼈다귀만 쌓이면서...

닭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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