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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레 일부터 제대로 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드레 일을 회사에서 시키면 아주 기분 나빠한다. 학력이 긴 사람들일수록 더 그렇다. 신입 여사원들 중에는 커피 심부름이나 복사 심부름 같은 일을 하고자 취직한 것은 아니라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많다. 허드레 일들을 왜 사람들은 우습게 여길까? “나 보다 못한 사람들이 해야만 하는 일을 그들보다 훨씬 잘난 내가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커피 하나도 제대로 타려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원두 커피나 그라운드 커피의 종류에 대하여 배웠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스턴트 커피도 어떻게 타는가에 따라 향이 다르다. 커피잔에 뜨거운 물을 붓고 헹궈 내어 컵의 온도를 따뜻하게 한 뒤 물을 깨끗이 털어 내고 인스턴트 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조금만 넣어 완전히 잘 갠 뒤 그 다음에 비로서 나머지 물을 채워 넣어야 향이 살아 난다. 그 뿐 만이 아니다. 커피를 타다 준 사람들 각각의 기호 즉 커피와 설탕과 크림이 어떤 식으로 배합되어야 하는지를 기록하여 놓아야 할 것이다. 그 정도까지는 했으니 이젠 됐냐고? 아니. 그 기록한 것을 탕비실에 붙여 놓아 네가 결근했을 때도 다른 사람이 그것을 보고 누구에게 어떻게 커피를 타다 주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이것이 이른바 “지식경영”이다). 거기까지 하면 되었냐고? 아니. 커피,설탕,프림 등이 한달에 얼마나 소요되는지를 통계로 만들어 현재 이러이러한데 이것을 저러저러하게 개선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해야 한다. 거기까지 하면 되었냐고? 아니. 종이컵을 사용하여 비용이 많이 사용되니 개인 머그컵을 준비하자고 하면 어떨까… 등등등
복사는 어떨까? 입사 몇 개월이 되었는데도 복사기는 커녕 자기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에 붙어 있는 여러 보턴들의 기능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대다수이다.(나는 신입사원들이 먼저 고참 사원들에게 복사기 사용 설명서나 키폰 사용 설명서를 달라고 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팩스는 또 어떤가. 팩스 기기에 달린 보턴들에 대해 완벽하게 알려고는 아예 하지도 않는다. 상대방이 팩스를 받았을 때 어떻게 보일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며 보내는 직원 역시 100명 중 한명 꼴 밖에 되지 않는다. 99퍼센트는 자기가 가진 서류 원본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보낸다. 그 원본에 칼라 도표가 사용되어 있다면 팩스를 받았을 때 흑백으로 인쇄되면서 칼라 구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읽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런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신문 기사 같은 경우 작은 글씨들을 팩스밀리가 뭉개 버린다는 것을 미리 생각하여 그 부분을 크게 확대해서 보내는 사람 역시 만나기 정말 어렵다.
아주 오래 전의 일. 선박 챠터 비용을 절약하고자 기존에 사용하던 뉴욕의 어느 해운 회사 대신 새로운 해운 회사들과 협상을 하던 중 거래 가능성 있는 곳에 대외비로 문서 하나를 보내야 하였다. 너무나도 중요한 문건이어서 나는 차장급 직원에게 직접 팩스 송신을 지시하였다. 그랬더니 얼마 후 절대로 그 문건 내용을 알아서는 안 될 기존 거래처가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원인을 파악하여 보니 팩스 기기에 달려 있는 단축 다이얼을 엉뚱하게 눌러서 잘못 발송된 것이었다. 그로 인하여 회사가 입은 손해는 그 차장의 연봉 몇 년 치에 해당되었다.
은행 심부름? 나는 담당자가 법인이 내야 할 주민세를 제때 내지 않아 과태료만 천만원 가까이 납부한 적도 있다. 과태료는 법인에서 세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 때문에 과태료 천만원을 납부하였다는 말은 그 천만원에 해당되는 법인세와 주민세 마저 추가로 납부하게 된다는 의미이므로 법인에서는 천 몇 백만원을 손해 보게 된다. 애인 생일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세금 납부일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은행 심부름을 하찮게 여겨 생긴 결과이다.
서류 정리는 어떨까?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우가 세상에 등장 하기 오래 전 DOS시대의 이야기이다. 하드 디스크 가격이 너무나 비싸 DOS용 워드 프로세싱 프로그램들은 1 바이트라도 아껴야 했기 때문에 문서제목을 붙일 때 글자수의 제한을 받았다. 당시 대한민국 굴지의 법무법인에서 오래 일했던 직원이 경력 사원으로 입사하였다. 나는 전 직원 중 일부를 골라 불시에 컴퓨터 파일을 체크해 보곤 하였는데 반년 정도 후 그 직원의 파일 목록을 보곤 기절할 지경이 되었다. 문서 제목이 모두 001,002,003 순으로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답변은 “법무법인에서도 이렇게 했었는데요…”였다. 내 대답은 “이런 닭 대가리…”(속으로만 말했다). 도대체 그렇게 정리한다면 무슨 문서가 어디에 쳐 박혀 있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허드레 일에서 생겨난 잘못은 종종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지만 담당자들은 기껏해야 시말서를 쓰거나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기만 한다. 야단을 심하게 맞으면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라고 하면서 스스로를 정당화 시킨다.
그러면서도 허드레 일 하려고 취직한 것은 아니라고? 그런 작은 것 하나 귀신처럼 하지 못하는데 더 큰일을 달라고? 웃기지 마라. 일본 교토에 있는 일본전산은 연간 매출액 3,000억엔 이상인 초소형 정밀모터 제조업체이다. 이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1년간 무조건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 나가모리 사장은 "청소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신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청소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무슨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허드레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을 내 세운다. 내가 이런 일 하려고 취직한 건 아니라고 하면서 말이다. 자존심? 뭔 자존심? 대학물 먹었다는 자존심? 꼴갑 떨지들 말고 주변을 살펴 보아라. 자존심 센 사람을 우리는 다른 말로 콧대가 높다고 한다. 콧대 센 사람을 당신은 좋아하는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그런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는 자존심을 내세우고 콧대를 세운다면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는지 한번쯤 고려해 본 적이 있는가.
정말 자존심이 세다면 낮은 곳으로 내려가라. 성경에도 낮은 곳으로 내려가라는 말이 나온다. 낮은 곳에서 걸레를 누구보다 먼저 잡고 하찮아 보이는 일들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하면서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 치울 때 그 때 비로서 사람들은 당신을 인정할 것이다. 당신의 자존심은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 의하여 당신이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사람으로 인정 받을 때 저절로 지켜지게 되는 것이다.
(추신: 나는 돈을 꽤 모은 뒤에도 새로운 사업을 하게 되면 작업복을 입고 밑바닥 일을 하곤 했다. 그래야 일 전체를 구석구석 빈틈 없이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허드레 일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당신이, 허드레 일은 당신보다 못난 사람이 해야 하는 것으로 믿는 당신이, 사업이나 장사를 하겠다고? 돈을 벌고 싶다고? 꿈 깨라. )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4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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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드레 일을 회사에서 시키면 아주 기분 나빠한다. 학력이 긴 사람들일수록 더 그렇다. 신입 여사원들 중에는 커피 심부름이나 복사 심부름 같은 일을 하고자 취직한 것은 아니라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많다. 허드레 일들을 왜 사람들은 우습게 여길까? “나 보다 못한 사람들이 해야만 하는 일을 그들보다 훨씬 잘난 내가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커피 하나도 제대로 타려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원두 커피나 그라운드 커피의 종류에 대하여 배웠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스턴트 커피도 어떻게 타는가에 따라 향이 다르다. 커피잔에 뜨거운 물을 붓고 헹궈 내어 컵의 온도를 따뜻하게 한 뒤 물을 깨끗이 털어 내고 인스턴트 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조금만 넣어 완전히 잘 갠 뒤 그 다음에 비로서 나머지 물을 채워 넣어야 향이 살아 난다. 그 뿐 만이 아니다. 커피를 타다 준 사람들 각각의 기호 즉 커피와 설탕과 크림이 어떤 식으로 배합되어야 하는지를 기록하여 놓아야 할 것이다. 그 정도까지는 했으니 이젠 됐냐고? 아니. 그 기록한 것을 탕비실에 붙여 놓아 네가 결근했을 때도 다른 사람이 그것을 보고 누구에게 어떻게 커피를 타다 주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이것이 이른바 “지식경영”이다). 거기까지 하면 되었냐고? 아니. 커피,설탕,프림 등이 한달에 얼마나 소요되는지를 통계로 만들어 현재 이러이러한데 이것을 저러저러하게 개선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해야 한다. 거기까지 하면 되었냐고? 아니. 종이컵을 사용하여 비용이 많이 사용되니 개인 머그컵을 준비하자고 하면 어떨까… 등등등
복사는 어떨까? 입사 몇 개월이 되었는데도 복사기는 커녕 자기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에 붙어 있는 여러 보턴들의 기능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대다수이다.(나는 신입사원들이 먼저 고참 사원들에게 복사기 사용 설명서나 키폰 사용 설명서를 달라고 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팩스는 또 어떤가. 팩스 기기에 달린 보턴들에 대해 완벽하게 알려고는 아예 하지도 않는다. 상대방이 팩스를 받았을 때 어떻게 보일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며 보내는 직원 역시 100명 중 한명 꼴 밖에 되지 않는다. 99퍼센트는 자기가 가진 서류 원본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보낸다. 그 원본에 칼라 도표가 사용되어 있다면 팩스를 받았을 때 흑백으로 인쇄되면서 칼라 구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읽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런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신문 기사 같은 경우 작은 글씨들을 팩스밀리가 뭉개 버린다는 것을 미리 생각하여 그 부분을 크게 확대해서 보내는 사람 역시 만나기 정말 어렵다.
아주 오래 전의 일. 선박 챠터 비용을 절약하고자 기존에 사용하던 뉴욕의 어느 해운 회사 대신 새로운 해운 회사들과 협상을 하던 중 거래 가능성 있는 곳에 대외비로 문서 하나를 보내야 하였다. 너무나도 중요한 문건이어서 나는 차장급 직원에게 직접 팩스 송신을 지시하였다. 그랬더니 얼마 후 절대로 그 문건 내용을 알아서는 안 될 기존 거래처가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원인을 파악하여 보니 팩스 기기에 달려 있는 단축 다이얼을 엉뚱하게 눌러서 잘못 발송된 것이었다. 그로 인하여 회사가 입은 손해는 그 차장의 연봉 몇 년 치에 해당되었다.
은행 심부름? 나는 담당자가 법인이 내야 할 주민세를 제때 내지 않아 과태료만 천만원 가까이 납부한 적도 있다. 과태료는 법인에서 세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 때문에 과태료 천만원을 납부하였다는 말은 그 천만원에 해당되는 법인세와 주민세 마저 추가로 납부하게 된다는 의미이므로 법인에서는 천 몇 백만원을 손해 보게 된다. 애인 생일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세금 납부일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은행 심부름을 하찮게 여겨 생긴 결과이다.
서류 정리는 어떨까?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우가 세상에 등장 하기 오래 전 DOS시대의 이야기이다. 하드 디스크 가격이 너무나 비싸 DOS용 워드 프로세싱 프로그램들은 1 바이트라도 아껴야 했기 때문에 문서제목을 붙일 때 글자수의 제한을 받았다. 당시 대한민국 굴지의 법무법인에서 오래 일했던 직원이 경력 사원으로 입사하였다. 나는 전 직원 중 일부를 골라 불시에 컴퓨터 파일을 체크해 보곤 하였는데 반년 정도 후 그 직원의 파일 목록을 보곤 기절할 지경이 되었다. 문서 제목이 모두 001,002,003 순으로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답변은 “법무법인에서도 이렇게 했었는데요…”였다. 내 대답은 “이런 닭 대가리…”(속으로만 말했다). 도대체 그렇게 정리한다면 무슨 문서가 어디에 쳐 박혀 있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허드레 일에서 생겨난 잘못은 종종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지만 담당자들은 기껏해야 시말서를 쓰거나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기만 한다. 야단을 심하게 맞으면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라고 하면서 스스로를 정당화 시킨다.
그러면서도 허드레 일 하려고 취직한 것은 아니라고? 그런 작은 것 하나 귀신처럼 하지 못하는데 더 큰일을 달라고? 웃기지 마라. 일본 교토에 있는 일본전산은 연간 매출액 3,000억엔 이상인 초소형 정밀모터 제조업체이다. 이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1년간 무조건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 나가모리 사장은 "청소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신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청소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무슨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허드레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을 내 세운다. 내가 이런 일 하려고 취직한 건 아니라고 하면서 말이다. 자존심? 뭔 자존심? 대학물 먹었다는 자존심? 꼴갑 떨지들 말고 주변을 살펴 보아라. 자존심 센 사람을 우리는 다른 말로 콧대가 높다고 한다. 콧대 센 사람을 당신은 좋아하는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그런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는 자존심을 내세우고 콧대를 세운다면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는지 한번쯤 고려해 본 적이 있는가.
정말 자존심이 세다면 낮은 곳으로 내려가라. 성경에도 낮은 곳으로 내려가라는 말이 나온다. 낮은 곳에서 걸레를 누구보다 먼저 잡고 하찮아 보이는 일들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하면서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 치울 때 그 때 비로서 사람들은 당신을 인정할 것이다. 당신의 자존심은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 의하여 당신이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사람으로 인정 받을 때 저절로 지켜지게 되는 것이다.
(추신: 나는 돈을 꽤 모은 뒤에도 새로운 사업을 하게 되면 작업복을 입고 밑바닥 일을 하곤 했다. 그래야 일 전체를 구석구석 빈틈 없이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허드레 일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당신이, 허드레 일은 당신보다 못난 사람이 해야 하는 것으로 믿는 당신이, 사업이나 장사를 하겠다고? 돈을 벌고 싶다고? 꿈 깨라. )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4월에 기고한 글
위 글을 다른 곳에 인용하는 경우 반드시 아래 내용까지 인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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