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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자료]/say no의 가르침

장사를 할 때의 자세

by 김PDc 2009.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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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할 때의 자세

장사는 무엇이고 사업은 무엇일까? 나 나름대로 그 차이를 정의한다면 다음과 같다.

장사는 그것이 행하여지는 지리적 장소를 중심으로 하여 근거리 원내의 사람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사업은 그것이 행하여지는 지리적 장소가 주는 한계를 뛰어 넘어 원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설렁탕 집을 개업하였다고 치자. 당연히 주된 손님은 인근 주민들과 그 식당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즉 고객의 활동 반경이 당신과 물리적으로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당신이 설렁탕 집을 잘 운영한 덕에 소문이 나서 설렁탕 육수를 전국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하였다고 치자. 이 경우 고객들의 활동 반경은 이미 당신과 지리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고 이게 바로 사업이다.

63빌딩에 있는 수많은 회사들을 생각하여 보자. 63빌딩 지하에는 수많은 상점들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장사를 하는 것이다. 그곳에 있는 옷 가게들도 장사이고 식당들도 장사이고 고층부에 있는 고급 식당들도 모두 장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빌딩의 사무실층에 있는 회사들은 어떨까? 그들은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나 변호사, 약사, 법무사, 관세사 등과 같은 전문 직업인들의 업종은 장사일까 사업일까? 그들의 활동 반경을 생각한다면 장사라고 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외국의 유명 병원들처럼 여러 곳에 분원을 설립하고 경영한다면 그것은 사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장사는 그것이 행하여지는 지리적 장소가 곧 고객과 만나고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영업 장소가 된다. 때문에 위치가 중요하다. 음식점이나 옷 가게를 할 때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에 자리를 잡으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것이 장사이기 때문이다. 손님이 먼 곳에서 찾아 올 정도로 유명해졌다면 어떨까? 고객과 만나는 장소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장사에 속한다.

반면에 사업은 그것이 행하여지는 지리적 장소를 벗어나 고객과 만나고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특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내고 상품화 시키는데 있어 그 작업 장소가 허름한 지하 창고이어도 되는 이유는 그것이 사업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 역시 지리적 장소를 벗어나므로 사업에 속한다.

사업이나 장사를 구분할 때 그 법적 구성 형태, 이를테면 주식회사인가 아니면 개인 사업자인가 따위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아 두어라.

장사와 사업을 내가 어떻게 구분하는지는 이 정도로 그치고 이제 “장사를 할 때의 자세”가 무엇인지 알아보자.(사업을 할 때의 자세는 별도로 다룰 것이다.)

장사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난 사실은 돈만 노리면 돈을 절대 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수많은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돈을 벌려고 하면 돈을 못 번다”는 말로 표현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를 잘 모른다. 경험한 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은 정말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진리이다.

“돈을 벌고자 하는데도 돈을 벌려고 하면 돈을 못 번다?” 아니 세이노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 이런 생각이 든다면 이제부터 내 말을 똑똑히 새겨 들어라.

당신이 아주 작은 식당 하나를 개업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돈을 벌어야 하므로 4천원짜리 된장찌개에 들어갈 재료들의 원가를 생각할 것이고 한 그릇을 팔았을 때 남게 될 이득을 계산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찌개 몇 그릇을 팔아야 월 수입이 얼마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새겨 들어라. “이득 = 판매가 - 원가”라는 공식을 믿는 당신의 그 식당은 장담하건대 틀림없이 망할 것이다.

당신이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맛이다. 고객이 찾는 것은 맛있는 된장찌개이기 때문이다. 그 맛을 창출하려면 당신은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당신은 된장을 직접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깡통에 담긴 공장제품을 사다 쓰려고 하고 새벽에 시장에 가서 직접 신선한 야채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곤하다는 핑계로 납품업자에게서 받아다 쓸 것이다. 그리고는 원가를 생각할 것이다. 거기서 무슨 차별화가 생긴단 말이며 무슨 맛이 생겨난다는 말인가.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 유명하다고 해서 아내와 함께 일부러 가 본적이 있었다. 내가 업소를 잘못 찾아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 유명 연예인들이 왔다 가면서 남겨놓은 낙서들이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었지만 나는 고추장 맛부터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화장실을 가면서 주방 쪽을 살펴보니 그 고추장은 공장 제품이었다. 나는 그 이후 그 동네를 가지 않는다.

안 되는 식당일수록 밥맛도 형편 없는데 원가 절감 차원에서 싸구려 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고객들이 올 리가 없고 장사가 안되지만 메뉴에 문제가 있는 줄로 알고 메뉴만 늘리면서 더더욱 형편없는 음식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면서 빚에 쫓기게 되고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장사가 안 된다고 말한다. 한심한 사람들….

당신 입맛에는 맛이 그럴 듯 한데도 안 팔린다고? 부자들이 보기에도 맛이 있을까? 명동칼국수로 유명한 명동교자에 가보라. 칼국수 하나를 만들어도 일단은 배부른 부자들이 먹어도 맛이 있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여야 한다. 배고픈 사람이 먹었을 때만 맛있는 음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명동교자에서는 독특한 칼국수 맛을 보존하고자 명동에 있는 두 곳을 제외하고는 지점 설치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현재 나이가 50대인 그는 20대 말에 아버지가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연간 매출 수백 억원 대의 건실한 회사를 졸지에 물려 받았다. 몇 년 후 그는 사업 영역을 부동산 개발 같이 좀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 같이 보이는 분야로 확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룸싸롱에서 젊은 여자들만 찾다가 급기야 30대 중반에 회사는 부도가 났고 결국 쫄딱 망하게 된다. 곧 이어 아내로부터는 이혼을 당하였고 자식들도 여자 관계가 복잡하였던 아버지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기에 원룸에서 혼자 사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왕년의 생활을 잊지 못하고 여전히 넥타이를 메고 여러 친구들의 사무실 한 귀퉁이를 전전하면서 빌붙어 지내기를 근 10년 간이나 하였다.

그러다가 마음을 겨우 고쳐먹고 몇 년 전 아주 작은 삼겹살 음식점을 월세로 개업하였는데 개업 6개월 정도 후 내가 방문하여 보니 인테리어고 뭐고 없었지만 손님이 미어 터졌다. 그 북새통 틈에서 나도 겨우 식사를 했는데 모든 음식의 맛이 아주 좋았다. 손님들이 오면 그가 주문을 직접 받았고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함께 빈그릇을 치우고 행주를 직접 들고 드럼통으로 만든 식탁을 치웠다.

손님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떴을 때 겨우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내도 없고 자식들도 없으니 음식점에서 자면서 새벽에 봉고차를 끌고 시장에 나가 재료를 사오고 음식도 직접 준비해 놓는 것이 그의 아침 일과였다. 주방장이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해서 그가 아침에 잔뜩 준비한 것들을 조리하는 것이었기에 평범한 아줌마를 고용하고 있었다.

나는, 부도 이후에도 계속 허황된 꿈만 꾸던 그가, 왕년의 생활을 생각하면 초라하기 그지없고 해 본 적도 없는 먹는 장사에서 어떻게 맛있는 음식을 낼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였다.

그의 답은 이러했다:

“친구들에게 얹혀 지내기를 10년 정도 하고 나니까 친구들도 나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넥타이를 풀고 작업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뭘 하여야 할 는지는 몰랐다. 삼겹살집을 하게 된 동기는 별거 없다. 이혼 후 자식들도 없이 혼자 살면서 근 10년 동안은 한끼 한끼를 대강 때웠다. 하지만 부도 전 까지는 서울에서 잘한다는 고급 음식점들을 거의 모두 다녔었으니까 뭐가 맛있는 것인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찬밥에 김치로 밥을 먹다가, 왕년에 화려하였던 내 고급 입맛에 맞는 음식을 내가 만들어 팔면 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고 고기를 사다가 직접 포도주에 숙성 시켜보면서 소스 개발도 시도하여 보았다. 몇 개월 노력한 끝에 내 입이 만족하는 맛이 나오게 되자 친구들에게 조금씩 돈을 빌려 3천만원을 갖고서 월세로 식당을 개업했는데 이제는 세무서 걱정을 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내가 여기서 들려주고자 하는 교훈은 이것이다:“먹는 장사를 하려면 가난하고 배고픈 자들의 입에 맛있는 음식은 만들지도 말고 팔지도 말아라. 배부른 부자들이 먹었을 때 맛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음식을 미리 미리 준비한 뒤에 개업을 하여야 한다. 그래야 돈방석에 앉게 된다. 호떡 하나를 팔아도 맛을 연구하여야 하고 버터는 좋은 것을 써야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맛을 추구하다 보면 이익이 남지 않는다고? 처음에는 당연하다. 이익이 별로 남지 않을 것이므로 종업원 인건비를 아껴야 하고 따라서 인건비가 나가지 않는 자기 몸을 코피가 터질 정도로 최대한 움직여야 한다.

몸이 좀 피곤하므로 직원을 고용하여 새벽 시장에도 다녀오게 하고 그러면 안 되느냐고? 아니 없는 살림에 시작한 장사일 것이므로 가진 돈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고, 어느 식당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려면 시간이 상당히 필요한데 무슨 돈이 그리 많다고 월급 까지 줘가면서 사람을 부리겠다는 말이냐.( 주방장을 고용하여 음식점을 하려고 한다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참으로 멍청한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나는 이른 바 먹는 장사를 예로 삼아 설명하였지만 다른 장사들에서도 그 원리는 그대로 통용된다. 무슨 장사를 하건 간에 우선은 월급을 많이 안 줘도 되는 당신 자신의 몸을 24시간 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 주변의 경쟁자들을 따 돌릴 수 있다. 경쟁자들은 자기 인건비, 종업원 인건비, 투자비용 등등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므로 그들의 오버헤드 코스트(overhead cost)가 당신에게 있어서는 거의 최저 수준이 되고 그 대신 고객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소문은 반드시 나게 되어 있다.

물론 그 소문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무슨 사업이건 장사이건 간에 1,2년 동안은 이를 악물고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개업 이전에 준비가 철저하여야 함은 너무나도 중요한 사실이다. 원가고 나발이고 오로지 고객의 입장에서만 생각해야 한다. 고객 한명 한명이 너무나 중요함은 말할 나위 없다. 개업 초기에 오는 손님들에게서 외면을 받는다면 조만간 당신은 쪽박을 차게 된다. 단 한명의 고객도 소홀히 대하지 말아라. 그렇게 하다 보면 고객들이 신뢰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손님이 줄을 선다. 그때부터가 돈이 들어 오는 시기이다. 왜냐하면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재료 구입량도 많아지기에 원가도 절약된다.

함흥냉면으로 유명했던 종로5가 시계골목에 나는 더 이상 가지 않는다. 주인이 바뀌면서 맛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그렇고 그런 식당에서 주인들은 저녁에 가게에서 TV연속극을 보고 있다. 그럴 시간이 없을 텐데도 말이다.

결론을 내려 보자. 어느 장사이건 사업이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여야 하며, 초기에는 당신이 북도 치고 장구도 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출 생각을 가져야만 성공한다. 때문에 좀더 자유로운 시간을 갖고자 장사나 사업을 하고 싶다고 혹시라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장사니 사업이니 하는 것들은 까맣게 잊어 버려라. 자유시간? 휴식시간? 그럴 시간이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장사고 사업이니까 말이다.

아울러 고객이 왜 당신에게 돈을 지불하는지를 정확히 알아라.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만을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하여야 충족시킬 수 있는지 만을 연구하여라.

처음에는 힘들고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내 말을 믿어라. 내가 알려준 대로만 하면 늦어도 3년째 부터는 돈이 쌓일 것이다. 절대로 “이득=판매가-원가”가 아님을 명심해라. 이득은 “고객의 신뢰도x 고객수”임을 결코 잊지 말아라.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8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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