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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아내의 운동회

by 김PDc 2014.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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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전 아내가 제게 말합니다.

"초등학교에서 졸업생 운동회가 있다는데 가도될까?"

"그래"

건성으로 대답을 했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나이가 어린 관계로 제가 돌봐야 할 아이들 때문에 미리 아내는 운동회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일을 나가는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다는 사실이 서글퍼지기도 했지만 아내도 나름 스트레스를 풀수있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그닥 싫지는 않았습니다.


운동회 몇일전 아내가 이야기합니다.

"같이 가기로 했던 친구들이 어렵다고하네... 차 가져가도 될까?"


아내의 고향은 농촌 구석에 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움이 있습니다. 저는 약간의 짜증을 냅니다. 아이들과 오랜만에 꽃향기 가득한 허브랜드나 박물관등을 돌아다닐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투박한 한마디를 합니다.

"태워다 줄께"


논산에는 장모님 혼자 계시기에 이왕 즐거운 마음으로 태워다주고 장모님 좋아하시는 삼계탕을 아이들과 맛나게 먹기로 결정합니다. 그동안 못했던 사위 노릇좀하며 연로하신 장모님께 어린양도 부려보면 손주 녀석들에게도 큰 교육이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당일 아침 부산을 떨며 아이들과 처가로 향합니다.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를 그녀가 30여년 전까지 다녔던 초등학교에 내려놓습니다. 논산에서 제법 유명한 "성동집"으로 향합니다. 정기휴무군요. 전 그때 알았지만 장모님이 해물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맛집을 찾습니다. 맛있게 포장된 조개탕집을 스마트폰 어플에서 찾아냅니다. 네비를 찍어 갑니다. 좌회전 하십시요. 우회전 하세요... 너무나 맛있게 드시는 주름패인 장모님의 얼굴이 그렇게 이뻐 보일 수 없습니다.     


다시 아내의 모교로 차를 돌립니다. 아직도 흙먼지가 풀풀 나는 시골의 한 초등하교 운동장에는 이제는 할아버지가된 졸업생들의 유년의 운동회가 계속됩니다.



한쪽에서는 삼겹살을 굽고, 도란도란 멋을 부린 아낙의 자지러진 웃음소리가 들리고, 할아버지 같은 노인과 불혹의 나이로 보이는 사나이가 친구라며 반말을 합니다.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골의 졸업생 운동회.


그후 아내는 오랜후에 처가에 돌아왔고 우리는 장모님이 싸주신 시골 밥상의 맛있는 채소들과 인절미 계란 등등 트렁크 한가득 사랑을 담아 왔습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재미 있었나?"

제가 묻습니다.


아내는 오랜 시간을 주절거리며 30년 후 만난 친구들, 동네 오빠, 기타 등등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또 엔돌핀이 팍팍 솟아 오른다는 말을 계속합니다. 그러다 당신은 재미 없냐고 확인을합니다. 저는 그냥 들어줍니다. 아내의 밝은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맞벌이를 합니다. 요즘은 너무 어려워 버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참 많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아내의 두 팔이 보일때마다 너무 많은 미안감이 흐르곤 했습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투정아닌 투정으로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항상 미안합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남편이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가끔 아내에게 영혼과 육체의 자유로움을 주는것은 어떨가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아내의 운동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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