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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은 부자가 되는데 도움이 되는가.
공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학력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교육제도권 내에서의 공부와 능력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제도권 밖에서의 공부가 그것이다. 나는 제도권 밖, 즉 사회에서 여러 책들을 보며 하는 공부를 대단히 강조하는 사람이다. 제도권 내에서의 공부와 관련하여 말한다면, 학교공부를 “아주 잘하면” 부자가 될 기회의 첫 단추가 주어진다.
그렇다면 제도권 내에서 공부를 “오래 하는 것”, 즉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마치거나 박사 학위까지 얻는 고학력은 부자가 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먼저 대학의 경우를 살펴보자. 대학을 나오면 고졸자 보다 취직하는데 유리하고 전반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로 일류대 출신들이 그렇다는 말이고 전체적으로 따진다면 예외도 꽤 많다. 예를 들어 미국 포브스지는 미국 전체 대졸자 중 21%는 고졸자 보다도 평균 수입이 적다고 하였다. 즉 미국 대졸자의 적어도 21%는 대학을 가지 말고 차라리 그 돈으로 연 5% 이율의 채권에 투자하였다면 50번째 생일에 5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금액은 대부분의 대졸자는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경제적 시간적 투자 측면에서 볼 때 대학을 안 가는 것이 오히려 좋을 사람들이 부모의 강압에 못 이겨, 또는 자존심이나 얼어 죽을 체면 비슷한 것 때문에, 또는 대학에 가면 뭐 특별한 것이라도 배우게 되는 줄로 오해하여, 또는 달리 할 일이 없어서, 혹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아마도 이게 가장 클 것 같다), 기 쓰고 대학을 가는 경우를 나는 종종 본다. 미국의 통계 수치를 적용한다면 한국의 대학생 5명 중 1명은 길을 잘못 든 셈이 되는데 한국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느끼기에는 그 보다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 같다.
대학원의 경우는 어떨까? 대학원에 가는 사람들 중에는 취직이 안되니까 경제상황이 좋아 질 때 까지 도피처로 삼는 경우도 있고, 막연히 대학원을 나오면 뭔가 더 유리한 고지에 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는 경우도 있으며, 직장을 다니다가 뭔가 잘 안 풀리기에 대학원을 탈출구로 생각하면서 진학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대학원을 졸업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유망한 투자일까?
여기서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제도권 내에서의 공부를 가장 장려하면서 학력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바로 대학의 교수들이라는 점이다. 대학은 종종 학생들에게 대학원도 나오고 학위도 따 놓아야 좋다는 식으로 학력 사회를 조장하는 주동자이다. 그래야만 대학원에 손님이 모이기 때문인데 학력 거품이 심한 한국이기에 대학원들의 학위 장사는 잘 되는 편이며, 그러다 보니 한국의 10개 대학 중 9개소는 대학원을 운영한다. 똑 같은 학력 중시 사회인 일본만 하더라도 10개 중 3개소 정도만 대학원을 운영한다.
취직이 목적이라면 어중간한 대학원에는 차라리 가지 않는 것이 좋으며 그런 곳에서 학위를 받는 것은 적어도 부자가 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물론 다녔던 바로 그 대학에서 강사 자리를 얻고 그 대학의 교수 자리를 얻는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지저분한 짓을 좀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중간한 대학원도 당사자가 이미 학력,학벌 위주 집단에 취업하여 일을 하고 있는 중이거나 혹은 공무원이 좀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고자 할 때에는 도움이 된다. 반면에 전직을 하고자 대학원을 다닌다면 정말 최고로 유명한 곳에 젊었을 때 다니는 것이 좋다.
경영자로서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하여 볼 때 대학원은 이 사회에서 최고로 인정해주는 학교와 잘 팔리는 전공을 선택하여야 경제적 투자 가치가 높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세계 100위 안에 들어가는 경영대학원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쟁쟁한 해외 유명 대학원 출신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정말 뻔할 뻔 자 아닌가. 해외 유명 경영 대학원은(지원자의 합격률이 20%도 안되는 유명 대학원이다!!) 분명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나 외국과 교류가 있는 기업에서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만 해외교류가 없는 회사들에서는 국내 유명 경영대학원 출신이 오히려 환영을 받을 수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 미국 내에서도 와튼이건 하버드이건 스탠포드이건 간에 취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졸업후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게 된다면 취직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고 학비도 만만치 않으므로 유학으로 인해 잃게 되는 기회비용도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경제적 뒷받침도 되고 나이도 많지 않고 공부도 아주 잘한다면 유학을 다녀와라. 공부도 신통치 않은데 기 쓰고 유학을 가려고 한다면 글쎄다…. ( 출신 대학이 일류대가 아니어서 대학원을 통해 학벌을 세탁하고자 한다면 나쁜 생각은 아니다. 학벌 사회에서 일단은 자존심을 회복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정말 유명한 대학원이 아니라면 경제적 대가는 크게 기대하지 말아라. )
일류 대학원을 나와 몸값을 올려 취업을 한 뒤부터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어느 정도나 실제로 창출해내는가에 따라 후속적인 대우가 결정되며 이 과정에서 고배를 마시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즉 입사할 때에는 환영을 받았지만 1년도 못 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는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내가 지켜 본 경험으로는 회사에서 일을 잘 못하던 젊은 직원은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간에 경영 대학원을 다녀 와도 일의 수행 능력에는 별 진보가 없었다.
국내이건 해외이건 어설픈 수준의 대학원은 학력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80년대에 고용하였던 기사 한명은 학력을 속이고 취업을 하였으나 알고 보니 대학원 졸업자였다. 이런 일들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이미 1962년에 <자본주의와 자유>라는 저서에서 학력 거품을 경제력의 소모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대학원 졸업자를 무조건 고급인력으로 보거나 사회의 두뇌로 여기는 태도는 정말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대학원의 연구 결과들 모두가 궁극적으로 이 사회에 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엉터리도 엄청 많다. 하지만 학교 먹물들은 오래 배운 사람들을 이 사회의 두뇌로 외치면서 대학원생들에게 연구비도 주어야 하고 일자리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외친다. 일본,미국,유럽 등지에서는 대학원생들에게 연구비가 주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대학원이 어중이 떠중이 너무 많다. 포항공대 대학원 같은 곳은 대학원생 전원에게 장학금이 지급된다(하지만 들어가기가 힘들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학원은 들어가기 힘든 곳에 다녀야 가치가 있다.).
조지프 슘베터라는 학자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취직을 못하여 사회 불만 세력으로 뭉치게 되면 자본주의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겁을 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윤을 만들기 어려운 순수학문 분야를 자기가 좋아서 배웠다면 진로나 생계 문제 역시 본인 자신이 스스로 해결하여야 할 것 아닌가.
한편 공부하는 것이 체질적으로 좋아서 교수가 되려고 하거나 또는 연구소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한국에서 대학원을 나온 뒤 외국 유명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얻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국의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연 사회이기 때문에 대학원을 한국에서 나오지 않으면 이끌어 줄 교수가 없고 선후배 관계도 약하기 때문에 교수 자리 얻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교수들은 대학원생들을 지독히 이용해 먹는다.
게다가 박사 학위를 받아 대학 시간 강사가 되게 되면 월 평균소득은 40만원에 불과하다. 노동부의 직업분류에서는 '일용 잡급직 노동자'이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는 교수를 채용하여 강의를 맡기게 되면 적어도 월 400만원은 소요되는데 반해 강사는 싼 임금으로 부리다가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강사를 선호한다. 그나마 지원자가 많다 보니 임시직 시간 강사 자리에도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에 연줄이 있어야 유리함을 명심해라. 귀화 러시아인 박노자가 쓴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책 한 부분에서 한국의 대학과 교수사회의 치부를 제3자의 눈으로 아주 잘 보여 준다( 세이노 같은 부자들은 별로 안 읽을 것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책인데, 공부를 오래 하려는 사람은 교수들에 대한 박노자의 글을 반드시 읽어라).
어쨌든 박사학위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나 투자 가치가 있을까? 딱 잘라 말해서 큰 도움은 안 된다(그러나 실습을 무지 많이 하는 일류 공대 대학원은 지금이 들어가야 할 절호의 챤스라는 것도 알아 두어라. 승진이 무지 빠르게 이루어 질 것이다). 박사 학위가 있다고 돈 많이 주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원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웬만하면 박사코스를 밟으라고 말할 것이다. 박사 코스 손님이 많아야 자기에게 유리해지기 때문에 그런 권유를 하는 교수도 꽤 있음을 염두에 두어라. 아, 물론 박사 학위 하나로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박사 공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나 연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부수적으로 얻는 것이 학위이어야지 학위 자체가 목표라면 잘못된 것이다. 박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구 소련의 과학자였던 콘스탄틴 에쿠아르도비치 치올코프스키(1857∼1935)의 생애를 한번쯤 살펴 보아라. 가난하였던 그는 혼자서 공부하고 10대 시절부터 우주여행의 꿈을 키우며 병아리를 빠른 속도로 돌려 봄으로써 중력가속도가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도 하였고 다단 로켓의 이론도 마련하였다. 돈이 없다 보니 목수일과 대장장이일 까지 하면서 증기기관,풍차,펌프 등을 직접 만들어 연구에 사용하였다. 그의 논문들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기에 교사 일을 하거나 공상과학 소설을 집필하여 생계를 꾸려갔지만 아들은 자살하고, 홍수를 당하기도 하고, 딸은 반동으로 체포되는 등 불행의 연속이었다. 병상에 누워있던 나이 60에서야 그는 비로서 국가의 인정을 받았다. 대학원 박사 과정은 치올코프스키처럼 진짜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가라는 말이다.
(나는 80년대에 미국에서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는 대학원의 박사 논문을 영문으로 써 주고 꽤 많은 돈을 챙긴 적이 있다. 언제나 내가 의뢰자들과 의논하여 잡은 논문 제목은 “한국에서의 무엇 무엇에 대한 연구”였는데 미국에서 한국실정은 어차피 잘 모르는데다가 한국 내에서 얼마든지 기초 자료들을 구할 수 있고 대학원생들의 논문들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기에 짜집기 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2년 동안 5명의 고객을 얻었었는데 그 고객들 모두가 저명 인사들이고 나중에 교수가 된 사람도 있다. 당시 내가 가위로 논문을 짜집기 하는 것을 당신이 보았다면 아마도 기절초풍하였을 것이다. 불법 아니었느냐고? 80년대에 사람들은 그런 것이 비즈니스가 된다는 것 조차 몰랐다. )
결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보다 공부를 상대적으로 “아주 잘하며”, 전공이 “돈 버는 것”과 관련되어 있고, 나이가 많지 않다면 고학력을 추구한 대가를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투자대가를 경제적으로 크게 기대하지는 말아라.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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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학력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교육제도권 내에서의 공부와 능력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제도권 밖에서의 공부가 그것이다. 나는 제도권 밖, 즉 사회에서 여러 책들을 보며 하는 공부를 대단히 강조하는 사람이다. 제도권 내에서의 공부와 관련하여 말한다면, 학교공부를 “아주 잘하면” 부자가 될 기회의 첫 단추가 주어진다.
그렇다면 제도권 내에서 공부를 “오래 하는 것”, 즉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마치거나 박사 학위까지 얻는 고학력은 부자가 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먼저 대학의 경우를 살펴보자. 대학을 나오면 고졸자 보다 취직하는데 유리하고 전반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로 일류대 출신들이 그렇다는 말이고 전체적으로 따진다면 예외도 꽤 많다. 예를 들어 미국 포브스지는 미국 전체 대졸자 중 21%는 고졸자 보다도 평균 수입이 적다고 하였다. 즉 미국 대졸자의 적어도 21%는 대학을 가지 말고 차라리 그 돈으로 연 5% 이율의 채권에 투자하였다면 50번째 생일에 5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금액은 대부분의 대졸자는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경제적 시간적 투자 측면에서 볼 때 대학을 안 가는 것이 오히려 좋을 사람들이 부모의 강압에 못 이겨, 또는 자존심이나 얼어 죽을 체면 비슷한 것 때문에, 또는 대학에 가면 뭐 특별한 것이라도 배우게 되는 줄로 오해하여, 또는 달리 할 일이 없어서, 혹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아마도 이게 가장 클 것 같다), 기 쓰고 대학을 가는 경우를 나는 종종 본다. 미국의 통계 수치를 적용한다면 한국의 대학생 5명 중 1명은 길을 잘못 든 셈이 되는데 한국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느끼기에는 그 보다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 같다.
대학원의 경우는 어떨까? 대학원에 가는 사람들 중에는 취직이 안되니까 경제상황이 좋아 질 때 까지 도피처로 삼는 경우도 있고, 막연히 대학원을 나오면 뭔가 더 유리한 고지에 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는 경우도 있으며, 직장을 다니다가 뭔가 잘 안 풀리기에 대학원을 탈출구로 생각하면서 진학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대학원을 졸업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유망한 투자일까?
여기서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제도권 내에서의 공부를 가장 장려하면서 학력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바로 대학의 교수들이라는 점이다. 대학은 종종 학생들에게 대학원도 나오고 학위도 따 놓아야 좋다는 식으로 학력 사회를 조장하는 주동자이다. 그래야만 대학원에 손님이 모이기 때문인데 학력 거품이 심한 한국이기에 대학원들의 학위 장사는 잘 되는 편이며, 그러다 보니 한국의 10개 대학 중 9개소는 대학원을 운영한다. 똑 같은 학력 중시 사회인 일본만 하더라도 10개 중 3개소 정도만 대학원을 운영한다.
취직이 목적이라면 어중간한 대학원에는 차라리 가지 않는 것이 좋으며 그런 곳에서 학위를 받는 것은 적어도 부자가 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물론 다녔던 바로 그 대학에서 강사 자리를 얻고 그 대학의 교수 자리를 얻는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지저분한 짓을 좀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중간한 대학원도 당사자가 이미 학력,학벌 위주 집단에 취업하여 일을 하고 있는 중이거나 혹은 공무원이 좀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고자 할 때에는 도움이 된다. 반면에 전직을 하고자 대학원을 다닌다면 정말 최고로 유명한 곳에 젊었을 때 다니는 것이 좋다.
경영자로서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하여 볼 때 대학원은 이 사회에서 최고로 인정해주는 학교와 잘 팔리는 전공을 선택하여야 경제적 투자 가치가 높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세계 100위 안에 들어가는 경영대학원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쟁쟁한 해외 유명 대학원 출신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정말 뻔할 뻔 자 아닌가. 해외 유명 경영 대학원은(지원자의 합격률이 20%도 안되는 유명 대학원이다!!) 분명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나 외국과 교류가 있는 기업에서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만 해외교류가 없는 회사들에서는 국내 유명 경영대학원 출신이 오히려 환영을 받을 수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 미국 내에서도 와튼이건 하버드이건 스탠포드이건 간에 취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졸업후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게 된다면 취직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고 학비도 만만치 않으므로 유학으로 인해 잃게 되는 기회비용도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경제적 뒷받침도 되고 나이도 많지 않고 공부도 아주 잘한다면 유학을 다녀와라. 공부도 신통치 않은데 기 쓰고 유학을 가려고 한다면 글쎄다…. ( 출신 대학이 일류대가 아니어서 대학원을 통해 학벌을 세탁하고자 한다면 나쁜 생각은 아니다. 학벌 사회에서 일단은 자존심을 회복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정말 유명한 대학원이 아니라면 경제적 대가는 크게 기대하지 말아라. )
일류 대학원을 나와 몸값을 올려 취업을 한 뒤부터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어느 정도나 실제로 창출해내는가에 따라 후속적인 대우가 결정되며 이 과정에서 고배를 마시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즉 입사할 때에는 환영을 받았지만 1년도 못 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는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내가 지켜 본 경험으로는 회사에서 일을 잘 못하던 젊은 직원은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간에 경영 대학원을 다녀 와도 일의 수행 능력에는 별 진보가 없었다.
국내이건 해외이건 어설픈 수준의 대학원은 학력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80년대에 고용하였던 기사 한명은 학력을 속이고 취업을 하였으나 알고 보니 대학원 졸업자였다. 이런 일들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이미 1962년에 <자본주의와 자유>라는 저서에서 학력 거품을 경제력의 소모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대학원 졸업자를 무조건 고급인력으로 보거나 사회의 두뇌로 여기는 태도는 정말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대학원의 연구 결과들 모두가 궁극적으로 이 사회에 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엉터리도 엄청 많다. 하지만 학교 먹물들은 오래 배운 사람들을 이 사회의 두뇌로 외치면서 대학원생들에게 연구비도 주어야 하고 일자리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외친다. 일본,미국,유럽 등지에서는 대학원생들에게 연구비가 주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대학원이 어중이 떠중이 너무 많다. 포항공대 대학원 같은 곳은 대학원생 전원에게 장학금이 지급된다(하지만 들어가기가 힘들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학원은 들어가기 힘든 곳에 다녀야 가치가 있다.).
조지프 슘베터라는 학자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취직을 못하여 사회 불만 세력으로 뭉치게 되면 자본주의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겁을 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윤을 만들기 어려운 순수학문 분야를 자기가 좋아서 배웠다면 진로나 생계 문제 역시 본인 자신이 스스로 해결하여야 할 것 아닌가.
한편 공부하는 것이 체질적으로 좋아서 교수가 되려고 하거나 또는 연구소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한국에서 대학원을 나온 뒤 외국 유명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얻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국의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연 사회이기 때문에 대학원을 한국에서 나오지 않으면 이끌어 줄 교수가 없고 선후배 관계도 약하기 때문에 교수 자리 얻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교수들은 대학원생들을 지독히 이용해 먹는다.
게다가 박사 학위를 받아 대학 시간 강사가 되게 되면 월 평균소득은 40만원에 불과하다. 노동부의 직업분류에서는 '일용 잡급직 노동자'이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는 교수를 채용하여 강의를 맡기게 되면 적어도 월 400만원은 소요되는데 반해 강사는 싼 임금으로 부리다가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강사를 선호한다. 그나마 지원자가 많다 보니 임시직 시간 강사 자리에도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에 연줄이 있어야 유리함을 명심해라. 귀화 러시아인 박노자가 쓴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책 한 부분에서 한국의 대학과 교수사회의 치부를 제3자의 눈으로 아주 잘 보여 준다( 세이노 같은 부자들은 별로 안 읽을 것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책인데, 공부를 오래 하려는 사람은 교수들에 대한 박노자의 글을 반드시 읽어라).
어쨌든 박사학위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나 투자 가치가 있을까? 딱 잘라 말해서 큰 도움은 안 된다(그러나 실습을 무지 많이 하는 일류 공대 대학원은 지금이 들어가야 할 절호의 챤스라는 것도 알아 두어라. 승진이 무지 빠르게 이루어 질 것이다). 박사 학위가 있다고 돈 많이 주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원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웬만하면 박사코스를 밟으라고 말할 것이다. 박사 코스 손님이 많아야 자기에게 유리해지기 때문에 그런 권유를 하는 교수도 꽤 있음을 염두에 두어라. 아, 물론 박사 학위 하나로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박사 공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나 연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부수적으로 얻는 것이 학위이어야지 학위 자체가 목표라면 잘못된 것이다. 박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구 소련의 과학자였던 콘스탄틴 에쿠아르도비치 치올코프스키(1857∼1935)의 생애를 한번쯤 살펴 보아라. 가난하였던 그는 혼자서 공부하고 10대 시절부터 우주여행의 꿈을 키우며 병아리를 빠른 속도로 돌려 봄으로써 중력가속도가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도 하였고 다단 로켓의 이론도 마련하였다. 돈이 없다 보니 목수일과 대장장이일 까지 하면서 증기기관,풍차,펌프 등을 직접 만들어 연구에 사용하였다. 그의 논문들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기에 교사 일을 하거나 공상과학 소설을 집필하여 생계를 꾸려갔지만 아들은 자살하고, 홍수를 당하기도 하고, 딸은 반동으로 체포되는 등 불행의 연속이었다. 병상에 누워있던 나이 60에서야 그는 비로서 국가의 인정을 받았다. 대학원 박사 과정은 치올코프스키처럼 진짜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가라는 말이다.
(나는 80년대에 미국에서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는 대학원의 박사 논문을 영문으로 써 주고 꽤 많은 돈을 챙긴 적이 있다. 언제나 내가 의뢰자들과 의논하여 잡은 논문 제목은 “한국에서의 무엇 무엇에 대한 연구”였는데 미국에서 한국실정은 어차피 잘 모르는데다가 한국 내에서 얼마든지 기초 자료들을 구할 수 있고 대학원생들의 논문들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기에 짜집기 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2년 동안 5명의 고객을 얻었었는데 그 고객들 모두가 저명 인사들이고 나중에 교수가 된 사람도 있다. 당시 내가 가위로 논문을 짜집기 하는 것을 당신이 보았다면 아마도 기절초풍하였을 것이다. 불법 아니었느냐고? 80년대에 사람들은 그런 것이 비즈니스가 된다는 것 조차 몰랐다. )
결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보다 공부를 상대적으로 “아주 잘하며”, 전공이 “돈 버는 것”과 관련되어 있고, 나이가 많지 않다면 고학력을 추구한 대가를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투자대가를 경제적으로 크게 기대하지는 말아라.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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