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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9살 누나가 7살 동생을 유치원에서 데리고 옵니다. 나름의 꿍꿍이 속이 있기도 하지만 아빠가 피곤하다고 하면 두말 없이 달려가곤 합니다. 오늘은 하던 일을 멈출 수 없어 딸아이게 부탁을 했는데 흔쾌히 동생을 데리러 가는 녀석을 보며 참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한참 후 두 녀석이 소곤대며 집으로 들어섭니다. 무엇인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는 아들 녀석, 남매는 주절거리기를 계속하더니 이내 큰 녀석이 제게 말합니다.
“아빠, 승수 프로포즈 받았어”
“그래, 누구한테?”
“같은 반 친구인데 내 친구 동생이야, 어 편지도 있네”
“편지 자 우리 한번 볼까 승수가 한번 읽어봐”
아들 녀석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띄엄띄엄 글을 읽어 내려갑니다
“승수에게 승수야 난 니 마음이 조와 승수야 나 너 조와……”
쑥스러운지 마저 다 읽지 못하고 제 얼굴을 보며 씩 웃습니다.
“승수 좋겠구나. 승수도 좋아한다고 그랬어?”
“응”
“잘했어 너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는 항상 너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야. 다음에 초대하자 아빠가 맛있는 요리 해 줄게 어때?
“좋아”
프로포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랑이란 말이 얼마나 큰 무게가 실려 있는지를 깨달을 나이가 되면 녀석의 마지막 유치원 생활, 친구에게 받은 연애편지가 더 값지게 기억 되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맞춤법이 틀리고 띄어쓰기가 틀린 연애 편지라도 아이들 가슴속의 진실과 정이 담겨진 아들녀석의 연애편지가 아련하게 아비의 지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군요.
피는 속일 수 없다.
“아들아 아비도 여러 여자 울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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