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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쯤 정말 오래간만에(지난번 글을 올린 이후 전혀 오지 못했는데 오늘, 비밀번호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이곳을 와보고서는 깜짝 놀랬습니다. 하나는 회원의 숫자였고 다른 하나는, 일부 독자들이 돈을 모아 제작하였다는 동영상이었습니다(그 독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리고는 “와~~ 글 올리라고 은근히 압박하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정말 바쁩니다. 개인적인 꿈을 실행하는 것(이게 시간을 많이 잡아 먹습니다)과 몇 가지 프로젝트 진행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독자들 메일은 반드시 읽어봅니다. 답은 주기도 하고 안주기도 하지만. 책을 언제 출간할는지는 미정입니다. 생기는 게 없어서(인세를 받을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기에) 늦장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쁘기 때문입니다.
참, 독자들이 제게 메일을 보낼 때는 아래 공통답변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미리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공통답변: 저는 귀하가 보내신 메일을 보관하지 않으므로 답을 보내실 때는 reply 기능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시간관계상 긴 답변은 보내드리지 못합니다. 제 의견은 아래 >>>> 표시 뒤에 있습니다. 아래에 >>>>표시가 없거나,
>>>표시가 있어도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이 일부 주어져 있지 않다면, 1. 그 대답은 http://cafe.daum.net/saynolove 사이트에 실려있는 제 글들(하지만 독자가 제대로 읽지도 않은) 속에 이미 실려있거나, 또는 제 글들을 그냥 대충 읽고 보낸 메일이거나, 또는 제게 메일을 보낼 때는 어떻게 보내야 한다는 것 조차 사이트에서 살펴보지도 않은 메일이거나, 즉 한마디로 말해서 도대체 내 글을 얼마나 읽었다고 이따위로 메일을 보내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게되는 그런 메일이거나, 2. 질문한 내용이 점쟁이에게 말하는 식의 뜬구름 잡는 것이거나, 3. 답변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거나, 4. 제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답변을 해야 할 필요가 없어 보이거나, 5. 그냥 뒈져버려라 혹은 평생 그 모양 그 꼴로 살아라 라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거나, 6. 인터넷이나 도서관을 이용하면 나름대로 답을 얻을 수 있는 데 그런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거나, 7.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생긴 경제적 결과에 대해 자신의 피와 땀과 눈물로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무슨 다른 뾰족한 수가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메일을 보낸 것이거나, 8. 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만들어 놓지 않은 처지에서 꿈만 야무지게 꾸고 있는 상황이거나, 9. 이렇게 되면 어쩌나 저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걱정꾼이 보낸 메일이거나, 10. 공부를 탁월하게 잘해 왔었다는 증거도 없는데 어떤 시험 공부한다고 세월 보내는 사람이거나, 11.자기 머리가 상당히 똑똑하고 스마트하다고 믿는 우물안 개구리이거나, 12. 그 어느 업종, 그 어느 자격증이건 성공한 사람도 있고 실패한 사람도 있는 법이거늘 무슨 무슨 업종 혹은 무슨 무슨 자격증을 따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거나, 13. 듣기 좋은 덕담이나 격려(예를 들면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라", 혹은 "열심히 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혹은 "힘들겠지만 좀 더 참아 보아라" ...등등)를 기대하는 메일이거나, 14. 보내야 할 답변이 그저 인사치례에 불과할 정도 뿐이거나, 15. 타인의 도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메일을 보낸 경우이거나, 16. 진로를 결정할 때는 가정의 경제적 상황, 취미, 잘 아는 분야 ...등등이 고려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것을 배워도 좋을까요 라고 묻는 어리석은 질문이거나, 17. 나와 토론을 하고 싶어하는 메일이거나, 18. 나를 자기 친구로 여기는 듯한 내용이거나, 19. 내가 모든 독자에게 무조건 친절할 것으로 크게 착각하고 있거나, 20. 예전의 메일 내용을 내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답을 주지 못하거나 , 21. 내 글을 그저 몇개 읽어 보고나서 보낸 메일이거나, 22. 이미 지침을 주었음에도 그 지침과는 다르게 자기 생각대로 하다가 다시 상담을 원하는 메일이거나, 23. 그저 도와달라면 세상이 도와줄 것으로 아는 순진한, 혹은 어리석은, 혹은 이기심으로 가득찬, 그런 내용이기에 도대체 내가 내 아까운 시간을 투자해 주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기에 답을 보내기가 싫은 메일이거나 ... 등에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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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전한다,그러므로 존재한다.
과외공부가 끔찍했던 나의 국민학교 시절에 아버지가 사다 준 책이라고는 오로지 세 권 뿐이었다. 한권은 '백범 김구'였는데 어떤 높은 뜻을 심어주기 위함은 결코 아니었다. 김구 선생이 나와 본관이 같은 안동 김씨라는 점만 강조하셨기 때문이다(사람은 뿌리를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도대체 족보 같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때문에 내게는 내가 어디 김씨라는 사실이 내 손톱에 낀 때 만도 못한 하찮은 것이다. 게다가 나는 단 한번도 김구 선생 같은 애국자가 되려고 한 적이 없다. 10대 후반부터 나는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 무슨 국가와 민족, 혹은 조상을 생각했겠는가.)
다른 두권은 에디슨 전기와 로빈슨 크루소였다. 에디슨 전기는 기술자가 되라는 뜻에서 사다 준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에디슨 흉내를 내면서 장난이 극심하였고 그 덕에 전기 전자 기계에 대해 정식으로 배운 적은 한번도 없지만 보통 수준은 넘는 지식을 점차 갖게 된다.
로빈슨 크루소를 사다 준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나중에 내가 성인이 되어 루소의 최대 역작이라고 하는 '에밀'을 순전히 그 책의 유명세 때문에 억지로 읽었을 때 나는 에밀에게 허용된 유일한 책이 바로 로빈슨 크루소임을 알고는 기분이 묘해졌다. 하지만 책이라고는 의학서적만 갖고있던 아버지가 루소의 흉내를 낸 것 같지는 않다.
수많은 책들 중에서 무인도에서의 이야기를 내게 준 이유는 홀로서기를 배우라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생존기법을 배우라는 것이었을까? 혹시 무인도에서도 인간으로서 살다가 죽을 수 있는 뭔가는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무인도에 있더라도, 전쟁난민이 되더라도, 500년전에 태어났더라도, 나를 인간으로 지탱시켜 줄 것은 무엇일까? 사도 바울은 가난한 곳에도 처할 줄 알고 부한 곳에도 처할 줄 안다고 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사라져도 인간으로서 존재 의미를 주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주는 것은 무엇인가. 무인도에서 우리 육체를 위해서는 최소한 나무 토막을 비벼 불을 피우는 기술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 영혼을 위하여도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하여 뜨겁게 타오르게 할 불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외부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지 간에 당신의 영혼을 유지시켜주는 산소 호흡기 같은 불꽃 말이다.
자. 지금 당신이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있다고 가정하자. 조금 후에는 구명보트로 옮겨 타야 하고 무인도로 가서 평생을 홀로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들을 솔직하게 생각해 보라. 그 가운데 당신이 갖고 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돈인가? 명예인가? 학식인가? 일인가?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인가? 만일 당신이 그런 것들을 영혼 속에 담고 구명보트에 올라 탄다면 내 생각에 당신은 무인도에 혼자 도착하면 그대로 자살하여야 할 사람이 된다. 무인도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무인도에 표류할 가능성이 없다고 ? 천만의 말씀이다. 인간은 평생을 무인도에서 고독하게 보내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은 헛소리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의 섬에 갇혀 사는 존재이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은 던져진 존재"라고 했다. 당신이나 나나 지구에 홀로 던져진 외로운 존재이다. [ 사족: Pink Floyd 의 The wall 오리지널 영화-베를린 라이브 디브디가 아니다-를 보면 우주 공간에서 인간이 나뭇잎 하나처럼 떠도는 모습이 정말 잘 표현되어 있다. 나는 이 영화를 아마도 스무번 이상 보았을 것 이다. Is there any body out there ? ]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불꽃의 참 의미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절대 고독의 상태로 고립되어 있는 상태에서만 검증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의미가 없으며 남을 위한 봉사니 사랑(특히나 그것이 에로스적 사랑이라면)이니 하는 것들도 무인도에서 혼자가 된 처지에서는 무의미하다. 무슨 이데올로기를 신봉하건, 고향이 어디건, 어느 학교를 나왔건, 나이가 몇 살이건, 재산이 많건 적건, 이력서가 아무리 화려하건 간에 다 하찮은 것들이다. 그런데도 그것들을 최고로 여기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돈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다고? 웃기지 말라. 나는 내 인생 자체의 중요성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다. 돈은 내 인생의 자존심을 세우는데 필요한 것이었고, 수없이 넘어지면서 그저 게임의 방법을 체득하여 획득하였을 뿐이며 그 비결은 세상 사람들이 최고로 여기는 그런 것들을 하찮게 여기는데 있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 한 토막. 어느 나룻배에 학자가 탔다. 학자가 물었다. "사공 양반, 혹시 학문에 대해 아시는가? " 뱃사공은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학자는 "그렇다면 인생을 헛 살고 있는 것일세" 라고 뽐내며 말하였다. 얼마 후 사공이 물었다. "손님, 혹시 수영할 줄 아시나요? " "모르는데…왜 묻나? " "그렇다면 인생 종치게 생겼군요. 배에 구멍이 나서 배가 가라앉고 있거든요."
영혼을 타오르게 할 불꽃이 없다면 침몰하는 배에서 수영하는 법을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세상이 부러워하는 그 무엇을 갖고 있건 간에 침몰하고 만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기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다 잘 안다. 하지만 자신이 열심히 살지 않고 있다는 것도 다 잘 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열심히 살게 되지는 않는 이유가 뭘까? 바로 그 불꽃이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왜 살아야 하는지 조차 몰랐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한 때는 포기하려고 했었던 것이 나의 목숨이었다. 그러다가 존재의 이유를 도전 그 자체에 두기 시작하였다. "나는 도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로빈슨 크루소 역시 28년간을 무인도에서 살면서 폭풍과 지진,질병,고독 등의 공격을 받지만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 계속 도전하고 노력한다. 나는 그것을 "이왕 사는 것, 내가 팔목에서 흘린 피보다 진하게 살아보자"고 다짐하였을 뿐이다. 도전 정신이 내게는 나의 영혼을 뜨겁게 만드는 불꽃이었다[ 젊었을 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전혀 아니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지나고 보니 내가 그랬었구나 하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당신은 도전하기가 두렵고 불안하다고? 겁난다고 ? 나도 그랬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때 불안해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지금이라고 해서 내가 도전이 두렵지 않은 것도 아니다. 2007년 2월 현재 나는 80억원 이상이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각각 투자되는 2개의 프로젝트와 나 혼자 40억원 이상을 투자하여야 하는 프로젝트를 순전히 나 혼자만의 책임으로 수행 중이다. 이미 1월에 35억원 이상이 사용되었다. 세세한 지침까지도 여전히 내가 주어야 하고 내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핵심적인 조언을 해 줄만한 사람도 전혀 없다. 한편으로는 두렵다. 과연 잘될까? 내가 잘못하면200억원 이상이 묶여버린다.
이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잘 될거야”라는 막연한 희망일까? 기도하는 것일까? “나는 할 수 있어, Yes, I can do it!”이라고 외치는 자기격려 혹은 자기최면일까? 아니면 점집에 가서 운수를 살펴보고 조언을 듣는 것일까? 나는 그런 것들은 전혀 모른다. 내가 하는 유일한 것은 관련 지식들을 계속 찾아가고, 법제처 홈페이지에서 관련 법규들을 계속 파고들고…. 등등인데 요즘은 새벽까지 그렇게 하곤 했다. 내가 그렇게 하기 때문에, 설령 일이 중간에 잘못되어도 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빠른 시일에 찾아낼 것이다.
당신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준비할 자신이 있지만 여전히, 도전하였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1997년 영국의 한 남자가 열기구로 18일간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리고는 열기구 출발 장소에 세계 각국의 신문기자들을 초대하였고 위풍당당하게 하늘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륙한지 하루도 안되어 그는 다시 땅으로 돌아 왔다.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그는 그것을 조금도 창피하게 여기지 않고 당당하게 재시도한다. 그의 이름은 리차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이며 버진 그룹회장이다. 그가 재시도할 수 있었던 힘이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보라.(나의 도전정신은 그 사람의 것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_- ; )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두렵다고? 미식축구 영화 Replacement 에서 유명 선수들이 연봉 협상 문제로 인해 파업을 하는 바람에 졸지에 뛰게 된 3류 대체 선수들에게 감독은 이런 말을 한다. “진정한 남자는 공포를 인정한다. … 너희에게는 내일이 없다. 오직 현실이라는 냉혹한 기회만 있을 뿐이다. 그것이 무기다.”
현실에 대한 당신의 불안감을 인정하고 몇 번을 넘어져도 좋다는 자세를 가져라. 말쑥한 무릎 보다는 상처 투성이에 꿔 맨 자국도 몇 개 있는 무릎을 부러워 하며 당신 앞에 던져진 현실의 삶에 도전하라. 그런 자세가 되어 있어야 비로소 세상 속에서의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아, 물론 도전하는 것 자체를 성격상 혹은 인생철학상 등의 이유로 싫어하거나 피곤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도전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주는 조언: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꼭 그렇게 살아야 해?” 라고 말하지는 말아라. 나 같은 사람은 당신에게 “꼭 그렇게 살아야 해? “라고 물을 것이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당신 영혼의 불꽃은 뭐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많다고 믿는 사람이며 도전도 주제파악을 하면서 해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몬스터에서 주인공은 13살 때부터 창녀 생활을 하면서 여러 남자들을 살해하였다. 어느날 그녀는 번듯한 직업을 갖고자 법률 사무소의 비서로 취직을 하고자 면접을 보지만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므로 모욕만 당한다. 이런 식의 무모한 시도를 도전으로 생각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7년 2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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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전한다,그러므로 존재한다.
과외공부가 끔찍했던 나의 국민학교 시절에 아버지가 사다 준 책이라고는 오로지 세 권 뿐이었다. 한권은 '백범 김구'였는데 어떤 높은 뜻을 심어주기 위함은 결코 아니었다. 김구 선생이 나와 본관이 같은 안동 김씨라는 점만 강조하셨기 때문이다(사람은 뿌리를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도대체 족보 같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때문에 내게는 내가 어디 김씨라는 사실이 내 손톱에 낀 때 만도 못한 하찮은 것이다. 게다가 나는 단 한번도 김구 선생 같은 애국자가 되려고 한 적이 없다. 10대 후반부터 나는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 무슨 국가와 민족, 혹은 조상을 생각했겠는가.)
다른 두권은 에디슨 전기와 로빈슨 크루소였다. 에디슨 전기는 기술자가 되라는 뜻에서 사다 준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에디슨 흉내를 내면서 장난이 극심하였고 그 덕에 전기 전자 기계에 대해 정식으로 배운 적은 한번도 없지만 보통 수준은 넘는 지식을 점차 갖게 된다.
로빈슨 크루소를 사다 준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나중에 내가 성인이 되어 루소의 최대 역작이라고 하는 '에밀'을 순전히 그 책의 유명세 때문에 억지로 읽었을 때 나는 에밀에게 허용된 유일한 책이 바로 로빈슨 크루소임을 알고는 기분이 묘해졌다. 하지만 책이라고는 의학서적만 갖고있던 아버지가 루소의 흉내를 낸 것 같지는 않다.
수많은 책들 중에서 무인도에서의 이야기를 내게 준 이유는 홀로서기를 배우라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생존기법을 배우라는 것이었을까? 혹시 무인도에서도 인간으로서 살다가 죽을 수 있는 뭔가는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무인도에 있더라도, 전쟁난민이 되더라도, 500년전에 태어났더라도, 나를 인간으로 지탱시켜 줄 것은 무엇일까? 사도 바울은 가난한 곳에도 처할 줄 알고 부한 곳에도 처할 줄 안다고 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사라져도 인간으로서 존재 의미를 주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주는 것은 무엇인가. 무인도에서 우리 육체를 위해서는 최소한 나무 토막을 비벼 불을 피우는 기술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 영혼을 위하여도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하여 뜨겁게 타오르게 할 불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외부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지 간에 당신의 영혼을 유지시켜주는 산소 호흡기 같은 불꽃 말이다.
자. 지금 당신이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있다고 가정하자. 조금 후에는 구명보트로 옮겨 타야 하고 무인도로 가서 평생을 홀로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들을 솔직하게 생각해 보라. 그 가운데 당신이 갖고 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돈인가? 명예인가? 학식인가? 일인가?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인가? 만일 당신이 그런 것들을 영혼 속에 담고 구명보트에 올라 탄다면 내 생각에 당신은 무인도에 혼자 도착하면 그대로 자살하여야 할 사람이 된다. 무인도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무인도에 표류할 가능성이 없다고 ? 천만의 말씀이다. 인간은 평생을 무인도에서 고독하게 보내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은 헛소리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의 섬에 갇혀 사는 존재이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은 던져진 존재"라고 했다. 당신이나 나나 지구에 홀로 던져진 외로운 존재이다. [ 사족: Pink Floyd 의 The wall 오리지널 영화-베를린 라이브 디브디가 아니다-를 보면 우주 공간에서 인간이 나뭇잎 하나처럼 떠도는 모습이 정말 잘 표현되어 있다. 나는 이 영화를 아마도 스무번 이상 보았을 것 이다. Is there any body out there ? ]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불꽃의 참 의미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절대 고독의 상태로 고립되어 있는 상태에서만 검증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의미가 없으며 남을 위한 봉사니 사랑(특히나 그것이 에로스적 사랑이라면)이니 하는 것들도 무인도에서 혼자가 된 처지에서는 무의미하다. 무슨 이데올로기를 신봉하건, 고향이 어디건, 어느 학교를 나왔건, 나이가 몇 살이건, 재산이 많건 적건, 이력서가 아무리 화려하건 간에 다 하찮은 것들이다. 그런데도 그것들을 최고로 여기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돈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다고? 웃기지 말라. 나는 내 인생 자체의 중요성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다. 돈은 내 인생의 자존심을 세우는데 필요한 것이었고, 수없이 넘어지면서 그저 게임의 방법을 체득하여 획득하였을 뿐이며 그 비결은 세상 사람들이 최고로 여기는 그런 것들을 하찮게 여기는데 있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 한 토막. 어느 나룻배에 학자가 탔다. 학자가 물었다. "사공 양반, 혹시 학문에 대해 아시는가? " 뱃사공은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학자는 "그렇다면 인생을 헛 살고 있는 것일세" 라고 뽐내며 말하였다. 얼마 후 사공이 물었다. "손님, 혹시 수영할 줄 아시나요? " "모르는데…왜 묻나? " "그렇다면 인생 종치게 생겼군요. 배에 구멍이 나서 배가 가라앉고 있거든요."
영혼을 타오르게 할 불꽃이 없다면 침몰하는 배에서 수영하는 법을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세상이 부러워하는 그 무엇을 갖고 있건 간에 침몰하고 만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기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다 잘 안다. 하지만 자신이 열심히 살지 않고 있다는 것도 다 잘 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열심히 살게 되지는 않는 이유가 뭘까? 바로 그 불꽃이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왜 살아야 하는지 조차 몰랐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한 때는 포기하려고 했었던 것이 나의 목숨이었다. 그러다가 존재의 이유를 도전 그 자체에 두기 시작하였다. "나는 도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로빈슨 크루소 역시 28년간을 무인도에서 살면서 폭풍과 지진,질병,고독 등의 공격을 받지만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 계속 도전하고 노력한다. 나는 그것을 "이왕 사는 것, 내가 팔목에서 흘린 피보다 진하게 살아보자"고 다짐하였을 뿐이다. 도전 정신이 내게는 나의 영혼을 뜨겁게 만드는 불꽃이었다[ 젊었을 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전혀 아니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지나고 보니 내가 그랬었구나 하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당신은 도전하기가 두렵고 불안하다고? 겁난다고 ? 나도 그랬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때 불안해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지금이라고 해서 내가 도전이 두렵지 않은 것도 아니다. 2007년 2월 현재 나는 80억원 이상이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각각 투자되는 2개의 프로젝트와 나 혼자 40억원 이상을 투자하여야 하는 프로젝트를 순전히 나 혼자만의 책임으로 수행 중이다. 이미 1월에 35억원 이상이 사용되었다. 세세한 지침까지도 여전히 내가 주어야 하고 내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핵심적인 조언을 해 줄만한 사람도 전혀 없다. 한편으로는 두렵다. 과연 잘될까? 내가 잘못하면200억원 이상이 묶여버린다.
이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잘 될거야”라는 막연한 희망일까? 기도하는 것일까? “나는 할 수 있어, Yes, I can do it!”이라고 외치는 자기격려 혹은 자기최면일까? 아니면 점집에 가서 운수를 살펴보고 조언을 듣는 것일까? 나는 그런 것들은 전혀 모른다. 내가 하는 유일한 것은 관련 지식들을 계속 찾아가고, 법제처 홈페이지에서 관련 법규들을 계속 파고들고…. 등등인데 요즘은 새벽까지 그렇게 하곤 했다. 내가 그렇게 하기 때문에, 설령 일이 중간에 잘못되어도 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빠른 시일에 찾아낼 것이다.
당신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준비할 자신이 있지만 여전히, 도전하였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1997년 영국의 한 남자가 열기구로 18일간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리고는 열기구 출발 장소에 세계 각국의 신문기자들을 초대하였고 위풍당당하게 하늘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륙한지 하루도 안되어 그는 다시 땅으로 돌아 왔다.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그는 그것을 조금도 창피하게 여기지 않고 당당하게 재시도한다. 그의 이름은 리차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이며 버진 그룹회장이다. 그가 재시도할 수 있었던 힘이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보라.(나의 도전정신은 그 사람의 것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_- ; )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두렵다고? 미식축구 영화 Replacement 에서 유명 선수들이 연봉 협상 문제로 인해 파업을 하는 바람에 졸지에 뛰게 된 3류 대체 선수들에게 감독은 이런 말을 한다. “진정한 남자는 공포를 인정한다. … 너희에게는 내일이 없다. 오직 현실이라는 냉혹한 기회만 있을 뿐이다. 그것이 무기다.”
현실에 대한 당신의 불안감을 인정하고 몇 번을 넘어져도 좋다는 자세를 가져라. 말쑥한 무릎 보다는 상처 투성이에 꿔 맨 자국도 몇 개 있는 무릎을 부러워 하며 당신 앞에 던져진 현실의 삶에 도전하라. 그런 자세가 되어 있어야 비로소 세상 속에서의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아, 물론 도전하는 것 자체를 성격상 혹은 인생철학상 등의 이유로 싫어하거나 피곤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도전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주는 조언: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꼭 그렇게 살아야 해?” 라고 말하지는 말아라. 나 같은 사람은 당신에게 “꼭 그렇게 살아야 해? “라고 물을 것이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당신 영혼의 불꽃은 뭐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많다고 믿는 사람이며 도전도 주제파악을 하면서 해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몬스터에서 주인공은 13살 때부터 창녀 생활을 하면서 여러 남자들을 살해하였다. 어느날 그녀는 번듯한 직업을 갖고자 법률 사무소의 비서로 취직을 하고자 면접을 보지만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므로 모욕만 당한다. 이런 식의 무모한 시도를 도전으로 생각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7년 2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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