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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갑천에 서다
-김우식-
웃자란 갈대 속에서 원앙새 가족이
아침 식단을 준비하고
마른 잎 아래서 계절을 분만하던
강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아늑한 곡선으로 밤새 품었던 별들을 숙성시키며
흘러간다
강물위로 쏟아지는 잉태의 칼날 같은
고요의 별빛 같은
내 삶의 저물녘 한 자락도
기상하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흘러간다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이 내게도 온다
만약 물처럼 바람처럼 내 생의 종착역까지 흘러갈 수 있다면
저 강물에 침 뱉지 않겠다
나는 이 강물처럼 흐르지 못한다
퇴행성 무릎관절 사내의 가슴속으로
한 세월이 흘러가고
눈가엔 한 아름 안개꽃이 피어난다
지금 갑천은
폭염 숙성중이다
2015.10.13 아침 갑천변에서
http://www.podbbang.com/ch/9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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