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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앉아
어느 찢어지게 가난한 선비 집에 살던
배고팠던 파리 한 마리가
이른 봄날
개울 건너 내로라하던 양반집 잔칫날에
날아가서 종일 산해진미를 빨아 먹고
돌아가던 길
이길 수 없던 배부른 졸음으로 여울 물살에
반신을 숨긴 따뜻한 징검돌에
무거운 몸을 내려앉아 춘몽을 꾸던 사이
겨울잠을 깨어난 개구리 혀끝에
날름 감겨 버렸다
배고픈 천적이 배부른 꿈을 삼키고
뒤늦게 땅굴을 기어 나온 춘사 한 마리가
개구리와 눈이 딱 마주치는 사이
향기로운 봄꽃이 막 피고 있더이다
소백산 하행 길에 잘 우려진 야생 세작을
건네던 땡초에게 즉흥 잡설을 씨부렸더니
아무 대꾸도 없이
녹차나 서너 잔 마시고 내려가라 하더라
산은 두고 봄꽃은 가져가라 하더라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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