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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주전자2

노란 주전자 노란 주전자 내 몸의 태생이 백토나 스텐레스도 아니고 더우기 고급 세라믹이 아니었어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겉을 닦고 속을 씻어 내며 너의 발길을 기다렸다 비가 오는 날이면 꼭 오겠거니 설레이면서 지글거리는 지짐과 부침개 부치는 소리에 흥이 더하던 날은 행복했다 내 혈육들은 뿔뿔이 흩어져 뜨거운 불기운을 먹다가 갈라지고 구멍 나는 가슴에 땜질하며 버티고 버티다가 엿가락 몇 줄이나 빨래비누 몇 토막에 목숨이 팔려버리는 일이 서러웠어도 그래도 너희들에게 뜨겁게 살다 가지 않았더냐 이 몸의 팔자는 수기를 타고 태어나 끓어 오르는 화기는 피했어도 날마다 출렁거리는 냉가슴을 품고 살면서도 생때같은 삶에 지쳐온 너희 설토들을 모두 받아 주지 않았더냐 사는 것이 무엇 있겠는가 나처럼 어깨가 찌그러지고 낯빛이 벗겨지.. 2019. 6. 26.
막걸리 단상.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를 받아오라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던 시절이 있었지요. 터벅터벅 향하던 마을 어귀의 양조장 아줌마는 단골 꼬마아이에게 사카린 내 가득한 사탕을 쥐어주며 심부름을 참 잘한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자랑스레 으쓱거린 어깨를 넘실대며 집으로 향하던 꼬맹이는 쌉싸름하고 약간은 달콤했던 막걸리를 조금씩 쪽쪽 빨며 집으로 향했지요. 그때 세상의 하늘이 얼마나 높고 청명한지 알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낯 막걸리를 먹고 취하면 그때의 하늘이 보이곤 합니다.^^ 2015.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