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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꽃2

싸리꽃 싸리꽃 -양구 해안마을에서 돌아서거나 아니면 넘어갈 것이냐 배신당한 젊은 사랑을 찾겠다던 너는 벼락이 내어 준 길을 택했다 그 선택의 이유에 이념의 이면이 있었을까 우리는 탄창마다 M16 총알을 가득 먹이고 민통선 너머로 향했다 첫 수색은 허탕이 되었고 다음 날 탄창 대신 대검에 날을 세워 후방의 빈집이며 들녘의 볏짚 단을 쑤셔댔다 사흘 뒤 너의 탈영은 소양강 선착장에서 헌병에게 체포되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뒤에 처음 달았던 이병 계급장을 달고 수척해진 자대 동기인 너는 3포대 체리 중대로 원상 복귀했고 삼 년 동안 홀로 떠도는 사람 섬이 되었다 취사 배식을 기다리는 상병인 나의 등 뒤에서 빨간 거미줄에 붙잡힌 너의 웃음은 싸리꽃 같은 안부의 눈인사를 건네 왔다 그때의 경계를 넘어오는 꿈속 자유가 대.. 2019. 10. 22.
싸리꽃 싸리꽃 겨울 옷가지를 봄물에 헹구고 느릿느릿 시리고 저린 손심 모아 빨래를 짠다 몇 해 전 다 태워 버렸던 영감 옷들도 줄줄이 선 하나에 헛것으로 널렸다 산골 깊짝한 풀길 따라 봄꽃은 이름도 없이 소곤소곤 거리고 월남 꿈속에서 불쑥불쑥 쫒아 나오던 젊은 아들의 가벼운 골분상자 싸릿대 줄기마다 씩씩했던 웃음이 하얗게 피었다 싸리꽃은 그렇게 까맣게 늙은 속을 찢고 나와 하얗게 하얗게 몇 날을 흐드러지고 꽃의 향기는 눈물을 짠다 - 김주탁 - - 설날, 경산시 금호강변 매화꽃을 보며, 월남전에서 전사한 아들의 어머니! 대공초소 근무 시절에 보았던 먼 촌막에서 빨래하시던 할머니가 오버랩 되었다 봄날 대민 지원 나가면 홀로 사시던 할머니, 그리고 초소 오르는 길에 싸리꽃의 하얀 반란들! 2019.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