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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영상.방송]/김주탁의 일詩일作

싸리꽃

by 김PDc 2019.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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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꽃


겨울 옷가지를 봄물에 헹구고

느릿느릿

시리고 저린 손심 모아

빨래를 짠다


몇 해 전 다 태워 버렸던 영감 옷들도

줄줄이 

선 하나에 헛것으로 널렸다


산골 깊짝한 풀길 따라

봄꽃은

이름도 없이 소곤소곤 거리고


월남 꿈속에서 불쑥불쑥 쫒아 나오던

젊은 아들의 가벼운 골분상자


싸릿대 줄기마다

씩씩했던 웃음이 하얗게 피었다


싸리꽃은 

그렇게 까맣게 늙은 속을 찢고 나와


하얗게 하얗게 몇 날을 흐드러지고

꽃의 향기는 눈물을 짠다


- 김주탁 -

- 설날, 경산시 금호강변 매화꽃을 보며, 월남전에서 전사한 아들의 어머니!
  대공초소 근무 시절에 보았던 먼 촌막에서 빨래하시던 할머니가 오버랩 되었다
  봄날 대민 지원 나가면 홀로 사시던 할머니, 그리고 초소 오르는 길에 싸리꽃의 하얀 반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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