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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영상.방송]/김주탁의 일詩일作

상팔자

by 김PDc 2019.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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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팔자


개가 되어 살고 싶네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씻겨 주고

색색 옷도 입혀 주고 때때로 미용실도 가고

조금만 아파도 아무런 걱정 없이 병원도

제집 들락거리듯 치료받는 

안방 개로 살고 싶네

길을 가다가도 대변도 냉큼 받아 주고

걷기 싫으면 가슴 품에 편히 안겨 

들이며 산이며 실컷 구경 다니는

상팔자로 살고 싶네

견공으로 한평생 호사 호락 하다가 

나이 먹어 떠나가는 날

지 애비 에미 죽었을 때보다

더 많이 울고 더 깊이 슬퍼하는

영혼이 쓸쓸한 사람들은

그 먼 민들레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꽃다발이며 사진이며 편지까지

온갖 뒷사랑을 들이 받치고

잃어버린 사람의 견연을 애통한다

저 먼 나라에는 개만도 못한 아이들이

헐벗고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 가는 일

어두운 그늘에서 어른처럼 살아가며

조금씩 눈물이 자라나는 이웃의 아이들

여럿 섭리가 뒤틀려 버린 세상에서

하여 

그놈의 상팔자가 기가 차도록 부러워

개가 되어 살고 싶어졌네


- 김주탁 -


- 청도군 애견 장례식장 하얀 민들레를 지나다가 개 같은 짓거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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