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1 싸리꽃 싸리꽃 -양구 해안마을에서 돌아서거나 아니면 넘어갈 것이냐 배신당한 젊은 사랑을 찾겠다던 너는 벼락이 내어 준 길을 택했다 그 선택의 이유에 이념의 이면이 있었을까 우리는 탄창마다 M16 총알을 가득 먹이고 민통선 너머로 향했다 첫 수색은 허탕이 되었고 다음 날 탄창 대신 대검에 날을 세워 후방의 빈집이며 들녘의 볏짚 단을 쑤셔댔다 사흘 뒤 너의 탈영은 소양강 선착장에서 헌병에게 체포되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뒤에 처음 달았던 이병 계급장을 달고 수척해진 자대 동기인 너는 3포대 체리 중대로 원상 복귀했고 삼 년 동안 홀로 떠도는 사람 섬이 되었다 취사 배식을 기다리는 상병인 나의 등 뒤에서 빨간 거미줄에 붙잡힌 너의 웃음은 싸리꽃 같은 안부의 눈인사를 건네 왔다 그때의 경계를 넘어오는 꿈속 자유가 대.. 2019. 10.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