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팔자2

파리도 팔자대로 산다 파리도 팔자대로 산다 중앙로 삼계탕집에 사는 파리는 윤기가 좔좔 흐르고 통뚱했다 대패 삼겹살집에 살던 파리도 기름기가 좔좔하니 뚱통했다 그놈들에게도 팔자가 있었을까 파리 날리는 식당에 살던 파리는 파리해진 파리가 되어 어쩌다 손님이라도 들어 오면 얼른 테이블 위로 날아가 머릴 조아리고 죽어라 두 손을 비벼대는 것이었다 어서옵셔! - 김주탁 - 2019. 5. 27.
두 번째 혹은 맨 아래 자리 두 번째 혹은 맨 아래 자리 해가 길어지면서 연말의 일들도 기억에서 멀어졌다 오랜만에 직장후배 L과 밥 약속을 하고 “누구랑 밥 먹을지 모르는 게 퇴직이다”라는 말을 불쑥 건네고 말았다 셔츠를 입을 일이 없어진 나는 단춧구멍을 잘못 꿰었다 봄날 꽃 피는 순서도 아닌데 신경 쓸 일 없다면서 단추를 받아준 자리를 만져봤다 목에서 배꼽 방향으로 세 번째 자리, 잘못 없이도 일상에서는 죄송한 두 번째 자리, 어긋나지 않도록 길들여진 자리, 넥타이를 잠시 넣었다가 민망하게 열려있는 자리 순댓국과 소주로 실없는 저녁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와 셔츠를 벗으면서 내 자리가 궁금했다 맘 놓고 풀지 못하는 배꼽에서 목 방향으로 여섯 번째 자리? 눈치 없는 누구든지 매달릴 수 있는 어중간한 자리? 계속 끼우다보면 잘못 끼운 것.. 2019.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