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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000 중국을 접수하라.

by 김PD씨 2014. 7. 21.

2000 중국을 접수하라.

그때 중국 담당이 된 것은 순전히 총각이란 이유 때문이다. 뭐 중국말을 할 줄 알아, 중국 역사를 알아, 중국의 중 자도 모르고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와 최고의 멋쟁이는 역시 조자룡이라는 사실, 또 하나 만리장성 그게 다인 나에게 중국 담당이라는 직책이 떨어졌다. 한때 웨이팡 공장에서 술 조금 마셔봤다는 중국 행보가 전부인 나에게 선배들은 너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소주를 내 목구멍에 들이 붓고는 이내 중국 대련의 한 공항으로 내몰았다. 

공항에 내렸을 때 나를 반겨준다던 가이드는 나타나지 않았고 영어도 통하지 않는 중국에서 전화도 걸 줄 모르는 공항의 미아로 남는가를 내심 걱정[사실 무지하게 쫄았다]하며 공안들이 권총을 찬 공항의 여기저기를 촌놈 시골에서 갓 올라온 것 마냥 두리번거리며 이 사람 저 사람을 기웃거렸다. 혹시 푯말에 내 이름 석자를 들고 나를 찾고 있는 사람이 없나 해서였다. 그때의 정신적 멘붕은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못 만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이 엄습할 쯤 저쪽에서 시커먼 한 사내가 암울한 목소리로 “혹시 김대리님?” 흑흑흑 조선족 가이드 이 나쁜 새끼 그래도 겁나게 이쁜 놈, 너무나 소중한 놈, 아름다운 놈, 애써 의연한 척 했지만 난 속으로 울고 있었다. 엄마를 잃고 헤매다 엄마를 다시 찾은 아이 마냥…

그렇게 2000년 중국을 접수하라 프로젝트는 시작 되었다.

사진첩을 정리하다 영웅본색 주윤발 보다 더 터프하고 멋스러운 14년 전의 나를 발견한다. 만약 “2014 중국을 접수하라” 프로젝트가 진행 된다면 난 맨땅에 헤딩하듯 그곳으로 달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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