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하면 항상 마음 한 켠에 아내의 잔영이 남아있습니다. 전업 주부가 되고자 했던 아내와 산 것이 거의 10년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직도 맞벌이를 하고 있으니 미안 할 뿐입니다. 경상도 사내들이 무뚝뚝하다고 하는데 저는 충청도인데도 무뚝뚝한 편입니다. 도무지 살갑게 하지 못하는 성격의 특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나 봅니다. 짧은 질문과 짧은 답변 이제는 아내도 그러려니 하며 사는 것 같더군요.
오늘은 아이들에게 꽃게를 쪄주었습니다. 아들녀석과 꽃게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를 기다리며 생각했던 몇 가지를 써볼까 합니다. 아내는 꽃게를 좋아합니다. 아니 좋아할 정도가 아니라 환장 한다는 표현이 오히려 맞을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큰아이를 임신 했을 때 우리는 월미도로 드라이브를 갔습니다. 늦은 가을 월미도의 거리는 쓸쓸할 정도로 한산 했죠. 물론 식당들도 매 한가지였습니다. “무엇이 먹고 싶어?” 저의 질문에 “꽃게 탕.” 한마디를 합니다. 꽃게 탕 전문점이라는 한 식당을 들어섭니다. 저희 부부가 첫 손님이군요. “여기 꽃게 탕 큰 거 하나 주세요.” 한참 뒤 엄청나게 큰 가마솥이 나옵니다. 족히 10마리 이상의 대 게가 들어간 탕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속으로 생각 했습니다. “괜히 큰 걸로 시켰나 남으면 싸서 가져가야 하나.”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음을 잠시 후 알게 되었습니다. 좀 폼 있어 보이려고 아내에게 게를 먹기 좋게 잘라줍니다. 아내의 손에 쥐어진 게는 블랙홀로 빨려가듯 그녀의 입으로 쏙쏙 빨려 들어갑니다. 속이 텅 빈 게 껍질이 식탁의 한 귀퉁이에 쌓여만 갑니다. 결국 열 마리 이상의 꽃게는 아내의 주린 배를 채우고 장렬하게 그 최후를 맞이합니다. 저는 꽃게 탕 국물에 밥을 말아 먹었습니다. 꽃게는 구경만 한 꼴이 된 거죠.
오늘 아이들에게 쪄주는 꽃게에서 아내의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동안 그렇게 좋아하던 꽃게 한번 실컷 먹여주지 못한 것이 무슨 큰 죄를 지은 것 마냥 가슴이 아려오는군요. 그래서 준비 했습니다. 아이들이 먹을 때 살짝 숨겨 놓았던 꽃게를 다시 데웁니다. 그리고 남겨 놓은 게 다리도 살포시 한 접시 담아봅니다. 냉장고를 열어 아이들 주겠다고 남겨 놓았던 수박을 잘라봅니다. 어설프지만 예쁜 모양도 내봅니다. 참 술이 빠졌군요. 슈퍼로 향합니다. 동네 슈퍼에서 제일 비싸다는 매취순을 집어 듭니다. 얼마 전 아이들과 허브 랜드에서 만든 허브 향 초를 밝혀 봅니다. 그리고 아내를 기다립니다.
얼마 전 친구녀석과 막걸리를 마시면 나눈 대화입니다.
“잘 나가던 직장을 잃고 현실을 직면하고 많은 고민을 했는데, 그땐 몰랐었어 정말 아내가 내 인생에 전부더라.”
대기업 간부로 생활하다 얼마 전 본의 아니게 퇴사한 친구녀석의 말입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오늘은 아내에게 부드럽게 말해보려 합니다.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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