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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자료]/say no의 가르침

전공은 취직하는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할까

by 김PDc 2009.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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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은 취직하는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할까.

학력과 학벌을 기준으로 사람을 선택하는 집단에서는 개인의 적성 보다는 일류대 졸업장이 더 중시되지만 전공과 상관없이 무조건 일류대 출신이라고 경제계로부터 환영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취직을 하려면 일단은 학벌도 중요하지만 전공도 큰 영향을 미친다.(취직을 하지 않는다면 전공이나 학벌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할 것!.)

채용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구직자 3,011명에게 물었을 때 응답자의 63.9%는 “현재 고3 입시생에게 본인의 전공학과나 출신대학의 입학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일류대학의 취직 잘되는 전공학과를 택하라는 말이다.

졸업 후 취직을 하여 몇 년 회사 생활을 하다가 독립을 하려는 사람이건 아니면 평생 안정된 직장에서 일을 하려는 사람이건 간에 졸업 즉시 자기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 전공 선택은 심사숙고 하여야 한다. 그러나 먹물들은 입시생들에게 "세상을 위해 어떻게 하면 이바지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월급은 적더라도 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며 적성에도 맞는 직업을 염두에 두고 전공을 선택하라"고 권유하면서 "일류대 졸업장 보다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를 배우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다 “듣기 좋은 말”일 뿐이고 액면 그대로 따르다가는 나중에 취업전선에서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대학은 학문의 도장이라는 말도 절반 정도만 믿어라. 그런 말은 주로 교수들이 하는 말인데 그들은 이른바 그 학문이라는 것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처럼 학문연구나 가르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할 사람이 아니라면, 또는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학은 취업 준비 장소이다. 혹시나 학문연구 혹은 봉사활동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이거나 그저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취미로 공부하려고 한다면 나중에 딴 소리는 하지 말아라. 예를 들어 이 사회의 불우한 사람들을 돕고자 사회사업학과를 선택하여 공부하였다면 나중에 월급이 적다느니, 또는 순수학문 전공자들이 취직이 안되므로 국가적 차원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느니 어쩌니 하는 말은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말이다. 대가를 염두에 두고 한 공부가 아니고 자기 좋아서 한 공부 아니었던가.

어느 대학의 통계를 보면 신입생 40%가 대학 1학년 때 전공에 대한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그 갈등의 이유는 종종 "적성에 맞지 않아서" 라고 답하지만 속에 담긴 진실은 "내가 도대체 이걸 배워서 뭘 하나" 하는 회의감에 있다. 인기학과를 선택하였음에도 전공에 대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는 정말 희귀한 사례에 해당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공이 첫 기회를 잡는데 유리할까? 종종 입시생들은 학교 선생님이나 대학생 선배, 혹은 친구들과 어느 전공을 택할 것인가를 의논하는데 솔직히 학교 선생님들은 이 사회를 잘 모르는 분들이고(어떤 개떡 같은 고3 선생들은 그저 대학 합격률만 높이려고 학생들을 희생시킨다) 대학생들은 사회 경험 조차 한 바 없으며 친구들의 생각은 서로 비슷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미래의 유망직종 같은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도 알아 두어라. 나의 조언은 부자가 되려면 자기 성격을 중시하면서 “돈 버는 일”과 직접 간접으로 반드시 연관된 전공을 택하라는 것이다(“성격에 맞는 일을 하여라” 항목을 참조하라).

한편 복수전공제는 대다수 기업들에서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이력서를 낼 수 있는 자격자 범주에 포함은 시키지만 뭘 제대로 배우기나 했겠느냐고 경시하는 태도가 인사 담당자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물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동일한 경쟁 조건에서는 제2전공으로 기업에 입맛에 맞는 전공을 가진 자가 유리하기는 하지만 제1전공자들 보다 우월적인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 복수전공이라는 것이 대부분 기초과정 이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업에서 알기 때문이다.

자, 여기서 대단히 재미난 사실 하나를 알아야 한다. 비록 취업을 할 때는 전공이 영향을 미치지만 기업체에서 그 전공 지식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대기업 인사담당 책임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신입사원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이 기업체가 원하는 수준의 90% 이상이라는 의견은 2% 에 불과한 반면, 10% 이하라는 응답이 25%나 됐다.” “평균적으로는 신입사원의 지식과 기술이 기업체가 원하는 수준의 26% 에 불과, 기업들의 대학교육 불신이 심각하다.” 서울대 최고자문위원단 보고서에서도 학생 89%가 "대학 교육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는 학벌과 전공을 따지지만 다른 선발 기준이 마땅한 것이 없다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지 학벌이 좋고 전공이 기업의 구미에 맞는다고 해서 졸업자들이 뭘 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차 서류전형에서 통과한 자들 중 합격자를 가려내는 기준은 전공관련 지식이 아니라 정말 엉뚱하게도(그리고 우스꽝스럽게도) 면접에서 파악된 “기본적인 인성이나 태도, 의사표현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같은 것이다. 정작 필요한 실무지식은 회사에서 재교육시키는 경우가 너무 많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대졸자의 67% 만이(인문계는 47%) 졸업 후 전공분야와 관련된 일을 한다. 기술계나 전문직업인 등을 제외한다면 상당 수가 자기 전공과 관련되지 않은 일을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나는 이른 바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면” 학벌도 좋고 전공도 맞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류대 갈 실력은 안 된다면? 일류대 수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서 “돈 버는 일”과 관련된 전공을 택하여라. 공부를 못해서, 혹은 안해서, 일류대와는 거리가 먼 이름없는 대학을 갈 수 밖에 없다면? 부모에게 경제적 능력이 있고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면 그저 효도하는 마음으로 다니되 대기업에 취직하고자 생각하기 보다는 공무원 시험을 보던지 아니면 작은 회사에 들어가 경력을 닦으면서 조속히 학벌을 세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돈이 있으면 명문대 대학원을 다니라는 말이다(대학 학점이 좋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자존심 만큼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기회를 보아 경력사원으로 재입사를 시도할 수도 있다. (공부를 “못하는데다가” 가정형편도 넉넉치 못하다면? 나는 그런 사람들이 기 쓰고 대학 가려 하고 대학원도 가려는 태도를 아주 안 좋게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니 장학금도 못 받을 것이고 가족들이 학비를 조달할 텐데 결국은 자신의 학벌 허영심을 만족시키고자 가족을 희생시키는 것일 뿐이므로 다른 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공부를 “안 하는데다가” 가정형편도 넉넉치 못하다면? 일단은 공부에 전념해 보고 나서 생각해라.)

전공이 기초학문 분야라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봉급생활자로 살고 싶다면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 같은 것이 탈출구가 될 것이다. 교직과정을 이수해 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임용률이 아주 낮다는 사실과 때로는 더티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라. 오히려 프로급 과외교사로 나서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끝으로 이상야릇한 자격증에 혹하여 시간과 돈을 뺏기는 어리석음은 일찌감치 버려라. 그 보다는 중소기업에 들어가 일을 배우며 경력을 쌓은 뒤 전직을 시도하여 보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서는 기술계통이 아닌 한 전공에 대하여 크게 예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경영하였던 회사들 역시 중소기업 수준이었기에 언제나 직원모집 광고에서 전공불문이 명시되었으며 개인적으로도 직원들이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는지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내 경험으로 볼 때는 순수학문 전공자들 중에도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

사족: 1961년 5.16 군사 쿠테타가 발생하고 나서 군인들이 정권을 꽉 움켜쥐자 그 뒤 수년 동안 우수한 대입 수험생들은 사관학교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수한 학생들이 몰렸으니 그 뒤로 줄곧 사관학교 안에서, 그리고 졸업 후에도 줄곧 , 경쟁이 너무나도 치열했다는 말이다. 요즘은 공대가 인기가 없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금이 공대에 갈 절호의 기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고시 공부에 매달리거나 의사가 되려고 하니 공대 쪽은 내부 경쟁이 그만큼 약할 수 밖에 없고 10년 후에는 적어도 밥 먹고 사는 걱정은 하지 않게 될 것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대박을 터뜨리는 것도 보장된다. 반면에 지금 의대나 법대에 가는 학생들은 10년 후에 어떻게 될까? 지금 그 쪽 세계의 실상을 그 학생들이나 그 부모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 데 10년 후에는 아마도 과반수 이상은, 아니 그 보다 더 많은 수가, 후회할 것이다.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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