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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영상.방송]/기고

사랑의 사탕을 건네는 의사 '소아 정형외과 전문의 이승구 박사' _ 김 기자의 좌충우돌 인터뷰

by 김PD 김PD씨 2015. 6. 15.



눈앞에서 아홉 살 딸아이가 자동차에 치여 공중을 날아올랐다. 중형 승용차 한대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나보다 한 걸음 빨리 걷던 딸아이를 치며 멈춰 선 것이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어나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어쩌면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아빠에게 혼날까 두려워 애써 웃음을 짓는 지도 모를 일이었다.

너무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을 부르고 보험회사 연락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근처의 종합병원을 방문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아이의 진료를 의뢰했다. 의사는 아이에게 연신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고 또 다른 의사에게 묻고 전달하기를 반복한다. 하는 행동을 보니 인턴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로 보인다.

덥수룩한 수염에 다리를 쫙 펴고 앉아 볼펜을 굴리던 나이 먹은 의사가 레지던트인지 전문의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문제는 그들의 행동에 이미 나는 신뢰를 가질 수가 없었다. 인턴 같은 의사의 ‘만약에 어지럽다거나 구토가 나면 빨리 데리고 오셔야 합니다.’가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들은 마지막 말이다.

며칠 뒤 아이를 데리고 인근의 선병원으로 향했다. 정형외과 진료 예약을 하고 엑스레이를 찍고 조용히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아이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빠, 주사 맞아야 돼?”

“진료 받아봐야 알지. 의사 선생님이 질문하면 대답 잘 하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아이를 데리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대 여섯 평 정도의 진료실에는 나이가 지긋한 의사가 앉아 있고 양쪽에 젊은 의사들이 수첩을 들고 경청을 하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아이의 상태를 말 하려 할 때 의사는 아이에게 사탕을 주면서 “예쁘게 생겼구나. 몇 학년이야?”라는 질문과 동생의 안부까지 물어본다. 아픈 곳을 묻는 것이 아니라 친할아버지가 손녀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부드러움으로 다가 서는 것 같더니 한참이 지나고 아이가 장난을 치자 아픈 부위를 묻는다. “여기 아파? 요기는?” 아이는 연신 아니라고 아프지 않다고 대답을 한다.

그렇게 아이와의 대화가 끝낸 후 엑스레이 파일을 열어 발목부터 목까지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며 엑스레이 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너무 걱정 말란다. 행여 1~2주 후에도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니까 몇 가지 주의를 당부도 잊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면서 소아과부터 여러 병원을 다녀 봤지만 이렇게 자상하고 부드럽게 아이를 대하는 진심 어린 의사를 본 기억이 없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진료를 했던 의사의 이력을 찾아봤더니 소아정형외과 전문의 이승구 박사였다. 나는 다시 이승구 박사를 찾아가 조용히 인터뷰를 요청했다.



김 기자 : 많은 과목 중에서 특히 정형외과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이승구 박사 : 가톨릭 의과대학 졸업식 날에 어머니가 계단에서 떨어지셨는데 골반하고 다리가 부러졌어요. 4~50년 전이죠. 중상이어서 약 3개월 동안 성모병원에 입원해 계셨어요. 그때 정형외과 의사가 돼서 골관절염 또는 골절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때 다쳐서 치유가 될 때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것이 정형외과 의사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볼 수 있죠.

김 기자 : 4~50년 전 의사가 되셨으면 공부를 무척 잘 하셨나 봐요?

이승구 박사 : 졸업할 당시 학우들이 67명이었는데 제가 14등으로 졸업을 했어요. 그러니까 공부를 그렇게 썩 잘 한 것은 아니지만,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장학금도 받고 뭐 할 일은 다 했다고 봐요. 공부에 대해선 참으로 후회 없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 기자 : 그러면 1등으로 입학하거나 1등으로 졸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승구 박사 : 예전에는 의사가 되면 경제적인 면에서 집안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모님이나 지인들이 많이들 말씀하셨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어요. 돈 보다는 환자를 먼저 생각하고 치료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해요. 그러니 1등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지요. 의사로서 환자와 어떻게 교감을 갖느냐 그것을 잘 배워야 한다는 것이죠.

김 기자 : 소아정형 하면 참 생소한데요. 소아정형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승구 박사 : 의학과에는 27개의 대단히 많은 과목들이 있어요. 의과대학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뿐만이 아니라 정형외과나 기타 학과가 있고, 각 과에서도 다양한 파트로도 나뉘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저는 의과대학에서 정형외과를 전공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수부, 핸드(Hand) 파트에 대한 기능적인 측면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유학을 가면서 미세수술과 류머티즘 손 변형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영국의 류마티즘센터에서 6개월, 소아정형외과에서 6개월 정도 전공했어요. 이때가 가장 큰 공부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귀국한 다음에 주력한 것이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접합수술이었어요. 암 환자가 암을 떼어낸 다음에 거기에 조직재생을 위해 보존을 한다던가, 또는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서 훨씬 작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여러 가지 골절을 포함한 일반 골종양, 관절 등 인체 조직을 재건시키는 것에 흥미를 느껴서 소아정형외과, 미세수술외과, 이후에 암 골관절종양이라고 하는 세 가지 파트를 복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죠.

김 기자 : 일반 정형외과와 소아정형외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승구 박사 : 아이들과 어른들을 비교한다면 아이는 어른의 축소형이라고 알고 계시겠지만, 어른은 완전히 성숙한 개체고 아이들은 미성숙하고 조그마한 개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돼가면서 오는 성장이라고 하는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어서 골절이나 종양이나 어떤 일반 관절염이라 하는 질환이 어른들하고는 전혀 다른 양상이죠. 쉽게 말하면 어른들의 골절은 정확하게 맞춰놓지 않으면 부정교합이나 여러 가지 변형을 초래하지만 소아들은 성장하면서 자연적으로 교정되는 비율이 높아요. 그래서 소아정형외과와 일반 정형외과는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 거죠. 소아정형외과의 특수성에 대한 여러 가지 학문적인 상이한 점을 연구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김 기자 : 그렇군요. 소아정형외과의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승구 박사 : 첫째는 아이들은 성장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골절에 의해서 성장판을 다치면 성장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제일 중요한 것은 소아 골절에 대한 치료가 가장 중요해요. 둘째는 관절에 여러 가지 이상 질병들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장통이라고 하는 것에도 자세히 관찰하면 고관절이나 변형성 소아관절염 같은 것이 의외로 많아요. 또 아이들한테서도 골육종이라던가, 또는 아이들한테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특수한 병들이 있고요. 해서 일반 정형외과 의사들이 다룰 수 없는 그런 질환들이 많다는 것이죠.

김 기자 : 계속 골종양, 소아골종양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골종양은 어떤 질병인가요?

이승구 박사 : 골종양이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뼈에 발생하는 종양을 말하는 것인데요. 양성종양 같은 경우는 치료를 잘 받으시면 돼요. 문제는 소아골종양 중에서 제일 악성이고 또는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든가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은 골육종이 많아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골종양들이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골육종인 경우에는 항암제 투여 외에도 후유증이라는 문제가 있어서 치료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죠.

김 기자 : 참으로 무서운 질병이군요. 제가 예전 기사를 보니까 많은 병원에서 선생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하던데 선병원에 오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이승구 박사 : 선병원에 온 것이 벌써 2년이 되었네요. 선병원의 선두훈 이사장 부탁을 받았습니다. 대학병원 못지않게 환자도 많고 전공의들도 많은데 전공의에 대한 교육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니 대학에 오래 계셨던 경험을 살려서 교육에 대한 노하우, 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을 선병원에 접목시켜 주십사 하는 뜻을 전해 듣고 오게 된 거죠.


김 기자 :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으신가요?

이승구 박사 : 저희 선병원은 외국인 환자들이 많이 와서 진료를 받아요. 작년 10월경에 러시아에서 쿠체렌거 스베트라나(당시 9세)라고 하는 소녀가 온 거예요. 아주예쁘게 생겼어요. 이 아이는 우측 발목 주변에 어른 주먹 2개만한 큰 혈관 종양을 가지고 있었어요. 악성에 해당되는 경우였죠. 우리 몸의 혈관은 거미줄과 같이 분포가 되어 있는데 거기에 암 세포가 침투되면 다리가 붓고 활동하기가 무척 힘들죠. 러시아 의과대학 교수들이 두 번에 걸쳐서 수술을 했는데도 재발하니까 아마 손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치료가 된 거죠. 저희들도 6주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서 암 혈관들과 하지동정맥을 전부 걷어내는 대수술을 했어요. 지금 한 9개월 이상이 경과됐는데 뭐 가끔 아프기는 하지만 잘 걷는다 하고요. 귀국한 다음에는 러시아 달력의 표지 모델로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방문해서 자신이 나온 달력을 가지고 왔더군요. 이런 경우는 러시아 쪽 의료진이 수술을 잘못했다기보다는 병에 대한 수술 전 검사나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제 전공이 소아정형인데다 거기에 미세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 접합 수술 등에 관심이 있어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 결과로 러시아 소녀의 잘 치료가 잘 되어서 저도 아주 기쁘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김 기자 : 지역 주민들께 특별하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이승구 박사 : 대전 선병원은 서울의 대학병원만큼 큰 시설이고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어요. 정형외과 차원에선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요. 소아정형외과하고 골종양은 전문진료파트가 없어 소아의 골절, 관절변형이나 관절염, 골종양 이런 환자가 발견되면 대학 부속병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지금은 소아정형이나 소아골종양 등의 전문진료가 필요할 때 대학 부속병원에서 저에게 진찰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지역 주민들께서도 선천적인 기형, 아니면 성장판을 포함한 관절 골절이나 또는 골종양에 의심이 갈 때 고민하지 마시고 저한테 오시면 제가 아는 최선의 방법으로 진료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기자 : 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나 또는 의사 수업을 받고 있는 인턴, 레지던트들에서 총체적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승구 박사 : 중·고등학생들이 의사가 되고자 할 때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다른 의사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가 되기 전에 인성 교육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거죠.물질적인 것에 좌우되면 안 됩니다. 환자와 친밀한 유대관계 또는 신뢰 그런 것들은 인성교육 없이는 힘들다고 보는 거죠. 우선 사람이 되고 다음에 학문이 동반되는 그런 큰 의사를 꿈꿔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김 기자 : 참, 아이들한테 너무 친숙하시고 다정다감 하시던데요. 아이들이 편안해 하는 그런 비결은 무엇인가요?

이승구 박사 : 제가 손주가 있어요. 아이들이 모두 제 손주 같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네요. 한 30년 전부터 제 외래에는 이렇게 사탕 봉지들이 있어요. 아이들하고 친숙해지려면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기에 앞서 사탕을 주면서 몇 살이냐 누나 있어? 또는 형 있어? 등의 가벼운 이야기부터 시작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가 아픈 곳을 이야기한답니다. 성인 환자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소아 환자는 아픈 곳을 치료하기 전에 먼저 아이와 친구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기자 :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승구 박사 : 아닙니다. 제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오세요. 환영입니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거짓말을 유도할 뿐이죠.’ 딸아이 진료 도중 이승구 박사의 말이다. 소아정형외과를 선택하게 된 것도 어쩌면 남다른 아이사랑이 온 몸에 배어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이승구 박사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사탕에 눈길이 갔다. 작은 사탕 하나가 아이들과 교감의 통로가 되고 친구가 되고 사랑이 되었다.


본 글은 '월간地酒' 2015년 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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