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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당신 안에 있는 사랑의 신께 경배드립니다.
많은 날들이 지나갔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이도 변했습니다. 초등생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고 어머니는 오십 년 동안 해왔던 가게를 그만두었습니다. 평화 상회, 아버지가 이름 지었던 가게는 여전히 거기에 있지만 낡고 깨진 벽에 써 놓았던 거래처 이름들, 옥계동 아줌마, 가양동, 멸치 아줌마, 떡집, 짠돌네, 작은 멸치, 야구루트네, 사거리 배추 아줌마, 가게를 허물기 전까지는 오래오래 그 벽에 남아 있을 겁니다. 그곳에 살아서 숨 쉬고 있겠지요. 다시 시를 쓰고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어렵지만 내가 가야 할 길에 내가 지닌 변변치 않은 것들을 그들에게 드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세월호 이후로 이 땅은 너무 많은 굴곡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내가 오롯이 서지 못했기에 묵언의 긴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의 적이 바로 당신의 스승입니다란 달라이 라마의 말이 무색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이름 지었던 가게처럼 평화와 사랑을 다시 꿈꾸기 시작합니다. 한 사람의 평화가 한 가정에 만연하고 한 가정의 평화가 그 옆 가정을 흔들고 그 가정들이 무리 지어 들판으로 뻗어 나간다면 그 99%의 평화와 사랑을 누가 깰 수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아이들한테는 그것이 이루어지겠지요. 우리보다 더 인간적인 삶, 우리보다 더 따뜻한 삶, 우리보다 더 살 맛 나는 세상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당신 안에 있는 큰 사랑을 되찾기를. 당신 안에 너무 굳어 버린 슬픔과 분노로부터 벗어나 한 번쯤은 온전히 햇살에 나를 맡기고 나를 사랑하기를. 내 형태가 어쨌든 내 뺨을 어루만져주고 내 발을 씻어주고 나를 위로해 주기를. 그런 사랑의 사람이 되었을 때 90%의 무리들은 990%, 9900%, 9억 9천9백90%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바꿀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당신을 사랑하기를 언제나 더 밝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시길
나마스테 당신 안에 있는 사랑의 신께 경배드립니다.
대평리에서
강에 간다.
흐르는 것은 가볍고 살아있는 것은 저렇게 흐른다.
오래도록 홀로 남은 그대
이제 이 대평리에서 그대 아픔의 깊이보다
더 깊고 넉넉한 사랑을 만난다.
저 강에 우리가 있고 모든 것은 흘러갈 때에야 비로소 온전한 일생으로
살아나는 것을 남은 그리움을 씻으며
이제 그대도 이만 저 물결로 떠나야 한다.
온몸을 적시고도 뼈 하나 상하지 않는 물로 흐를 때
어둠을 덮고 넉넉한 사랑으로 다시 서는 대평리
살아있는 것은 저렇게 흐른다.
김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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