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료[영상.방송]/우현의시

E024. 허리골 연가 _ 우현의시

by 김PD 김PD씨 2016. 9. 23.

오디오 다운로드 CH

http://www.podbbang.com/ch/9993?e=22085866



나마스테 당신 안에 여전히 남아있는 젊은 나이를 위하여 


내일모레 글 피면 60인 사내들이 모였습니다. 진작 좀 내렸으면 좋으련만 비 내리는 허리골의 저녁은 이른 가을입니다. 누구는 시를 얘기하고 또 누구는 가물가물한 첫사랑을 얘기하고 그렇게 빗속에서 우리는 술을 마셨습니다. 이 길로 나선 지도 벌써 이십 년은 족히 넘고. 세월의 무게가 이제는 조금씩 얼굴마다 보이고 그려 한 해가 지나갈 때마다 예전과 달라지는 몸을 다들 알고 있기에 허허롭게 웃으며 우리는 60의 나이로 가고 있었습니다. 누가 가자고 해서 간 길은 아니었지. 삶의 또 다른 길을 찾다 보니 우리는 만나게 되었고 종종 서로에게 위안이 되기도 하고 더 밝은 지혜를 주는 친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지상에서의 삶이 영혼의 삶이기를 바라며 우리 각자는 지금도 그것을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이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빗속에서 한 사내가 춤을 춥니다. 곧이어 다른 사람이 또 춤을 추고 이제 나도 나만의 춤을 추러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다섯 명의 사내들은 풀잎이 바람에 몸을 맡기 듯 반백의 세월 앞에서 춤을 춥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윽고 한 무리의 춤추는 꽃이 되었습니다. 간혹 바람이 되었다가 비가 되기도 하고 오래도록 서 있는 저 세월이 되기도 하고. 내일이면 나는 또 여기를 떠나 나 있는 곳으로 가겠지만 우리는 세상의 길 그 끝에서 다들 만날 것입니다. 하나도 닮지 않고 한 결 같이 닮은 얼굴로. 진흙에 더럽히지 않은 연꽃처럼. 



산행 


당신은 뿌린 대로 거둔다 했습니다.

이따금 요행도 있었으면 할 때가 있었습니다.

오래전 그 길가에서 이쪽으로 왔기에 나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파란 제비꽃이 피어있는 산길을 오르며 나를 바라봅니다.

내 사랑은 아직도 부족하고 그만큼만 내 옆 사람도 사랑하게 됩니다.

오르면 오를수록 몸이 무거워집니다.

내 안에 있는 마음 하나, 내 둘레를 에워싸고 있는 또 다른 마음들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나 하나도 힘들어하면서 우리는 또 사랑을 합니다.

숨차 오르는 세상을 바라보면서 어느덧 꼭대기에 올라서고

세상에서 제일 가벼운 것만 지니고 산을 오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높은 곳에 있는 교만함을 멀리 하라고 저 아래 마을이 내게 말하고 있습니다.

낮은 사람도 높은 사람도 없는 세상이 또 있겠습니다.

아들의 손을 잡고 내려오는 길은 더 조심스럽고

산길에 핀 꽃 하나도 모두의 것이었습니다. 


나마스테 당신 안에 여전히 있는 살아있는 젊은 나이를 위하여 경배드립니다.


김상열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