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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내 안의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에게
내일학교에 갔습니다. 경북 봉화 오지에 있는 대안학교입니다. 아주 작지만 결이 아름답고 고귀한 영혼을 지닌 학교입니다. 오지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아들과 아들의 친구 둘, 나와 집사람 이렇게 다섯은 5박 6일의 짧지만 긴 여행을 했습니다. 축제의 테마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었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존재이고 무한한 존재라는 슬로건이 갈매기와 함께 그려있는 그곳에서 가슴 뛰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여름 모기와 불볕더위 속에서도 자기만의 결을 지닌 또 다른 리빙스턴 시걸이 되기 위해 그들은 더 높이 더 멀리 나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툰 날개짓에 더러 곤두박질치기도 하지만 아픈 날개를 다시 보듬으며 왜 내가 이 지구별에 존재하는 지를, 무엇 때문에 이 곳에 서있는 지를, 삶은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 지를, 더 높고 고귀한 꿈을 향해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가는 통로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교정 한편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서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떡잎처럼 푸른 열일곱 청춘시절 나 또한 조나단이 되고 싶었습니다. 책에서만 있는 책으로만 있는 삶이 아니라 내 삶 속에서 조나단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산다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실행이고 내가 실행에 옮겼을 때 그 느낌을 그 실체를 직접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 실천의 삶 속에서 나는 한 여자를 만났고 남편이 되었고 한 아이의 아비로 여기 서 있지만 내 안은 여전히 더 높고 더 멀리까지 날아가는 나만의 조나단으로 있게 됩니다. 내일학교는 인간의 고귀함을 위해 한 뼘 한 뼘 자기 실천을 해 나가는 학교였습니다. 축제 첫날 뒤늦은 잠자리를 하며 다들 잠을 설쳤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4일이 정말 까마득하게 다가왔습니다. 과연 아이들이 모기와 더위를 잘 견뎌낼 수 있을 까. 나 또한 걱정이 되었습니다. 광비 나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며 나는 점점 가슴에서 울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슴이 뛰는 소리. 가슴 뛰는 삶. 내 삶이 결코 허비한 삶은 아니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단지 혼자 그 길을 찾아 나섰다면 이들은 함께 어우러져 그 길을 나서고자 하는 예쁜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의 영혼은 우주와 견줄 수 있는 무한한 존재라는 것을 그들은 더디지만 올곧게 잘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떠나는 날 아침 그곳 작은 갈매기들에게 아주 작은 시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가 뿌린 검고 튼튼한 씨앗들이 어느 날 떡잎이 솟고 여린 가지가 갈라져 어느 가을날 갑자기 무성하게 꽃 피리라 꽃 피리라”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시 낭송할 때 당신 눈가에 눈물이 번지던데 왜 그랬어요. 아이들의 맑은 얼굴과 형의 시 낭송이 갑자기 가슴을 먹먹하게 하며 눈물이 나더라고. 그렇게 우리는 내일학교를 떠나왔습니다.
나마스테 당신 안에 있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에게 경배드립니다. 내일학교 조나단들에게도 경배드립니다.
中心의 사랑
비어있는 것은 이미 아름답다.
이른 선운사 봄 동백, 여전히 차가운 바람, 그 뒤편에서 웃고 있는 침묵과 먼 먼 흰 구름
때가 되어 무르익고 또 떨어지는 것은 아름답다.
온전한 것은 저렇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도 남아도는 텅 빔
살아있음이 내일의 迷妄으로 흘러갈 때
제 삶을 지금 여기에 던지는 그대는 이미 아름답다.
준비된 만큼 꽃은 피어나고
무심한 구름은 모든 걸 내 맡기고도 그러나 中心의 깊이에선
하나의 흔들림도 없는 텅 빈 사랑
아름다운 것은 一生이 늘 비어있다.
김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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