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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나도 꼰대가 되어가는 것인가!

by 김PDc 2017.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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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그랬다.


아내의 이름으로 택배가 온다. 

얼마 전 아들 녀석이 친구들은 다 가졌는데 자신만 못 가진 것이 있다 하여 용돈으로 주문을 했노라 자랑을 한다.

문득 생각이 나서 무엇인가 궁금함으로 택배를 개봉한다.

그냥 포장되어 있는 액세서리와 책이다.

그대로 덮는다.


학교를 다녀온 딸아이 개봉된 택배를 보더니 노발대발한다.

"아빠 이거 아빠가 뜯어봤어?"

"응. 뭔가 해서"

"근데 아빠 껐도 아닌데 왜 뜯어봐?"

"난 승수 것인가 해서 뜯어봤어"

"승수 껏이든 내 것이든 아빠가 왜 뜯어보냐고?"


온 마루를 소리를 지르며 엉엉 운다. 소리를 친다.

여기서 약간 짜증이 밀려온다.

그래도 그냥 놔뒀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는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아빠가 어쩌고 저쩌고" 

엉엉엉 울며 전화기에 대고 엄마에게 하소연을 하더니

"나 학원 안 갈래 이 기분에 학원에 갈 마음이 생기겠어 투덜투덜"

여기서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학원 가기 싫으면 학원 가지 마 그리고 앞으로도 학원 갈 생각 말아"

"그리고 아빠가 모르고 택배 좀 뜯어볼 수 있지 그런 걸 가지고 이렇게 버릇없이 굴어?"

"엄마 이름으로 왔길래 뜯어볼 수 있는 거잖아"

나도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그 후 녀석은 조용히 학원에 갔다.


아내가 말한다.

"요즘 아이들 조금 빨라 민감하기도 하고 사춘기가 빨리 온데"

"당신도 화만 내지 말고 조용조용 이야기해"

"화 내면 아이들이 자꾸만 부모랑 멀어진데"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자랄 적에는 감히 어른들에게 버릇없이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 못했고

불합리한 꾸지람도 군소리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유년의 시절


어쩌면 "아빠 껐도 아닌데 왜 뜯어봐?"라는 말은 당연한 자신의 의사 표시인데

내 어린 시절의 꼰대 같은 마인드를 아이에게 각인시킨 것은 아닌지 하는 후회가 밀려든다.


"딸 미안하다."

"앞으로는 내 것 아닌 택배는 뜯어보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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