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빨간 크레용으로 동그라미를 쳐놓고 기다리던 생일이 있었지요.
나이를 먹어가며 드는 두려움으로 그 크레용의 동그라미는 사라지고 뇌리에서도 나의 본질을 지워가는 작업을 합니다.
결혼을 하고 생일이 다가올 무렵 내 생일과 장인의 제사가 겹친다는 것을 알고는 이것이 천생연분인가?라는 의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장인의 제사에 함몰되어 내 생일은 십수 년간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늦은 귀가.
예약해 논 두 마리의 통닭을 찾아 집으로 향했습니다. 현관문을 여니 하얀색 A4용지에 검은색 매직으로 "경축 아빠 생신"이라는 문구가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늦게까지 아빠를 기다리는 초등학생 아이들은 요리 시간에 만든 빵과 제가 찾아온 통닭 그리고 시원한 생맥주로 생일 파티장을 만들었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박수를 치며 불러대는 아이들의 노랫소리. 그리고 아들 녀석이 짜잔하며 건네는 생일 선물 하얀 편지 봉투......
우두커니 누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치고 힘들었던 서울 생활중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옵니다. 어머니였습니다.
"미역국은 먹었니?"
"뭔 미역국?"
"네 생일 이잖아?"
"아 그런가!"
"네 생각에 엄마는 속상해서 밥도 못 먹었어?"
"뭐가 속상해요. 바쁘게 사는 것이 좋지 뭐?"
"가까운 식당 가서 미역국이라도 사 먹어."
"네. 알았어요. 엄니도 제 걱정 말고 끼니 거르지 마세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하루 종일 우울했던 생일이 있었지요.
내 생일을 기억해 주는 사람, 내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사실 하나가 너무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 어떤 물질보다 더 소중한 마음의 연결고리가 제게 존재한다는 것에 생일인 오늘 너무나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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