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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바람도 돌아갈 곳이 있다면
눈에 보이는 초라한 형체라도 있다면
또는 머무를 수 있는 그 무엇이라도
한 줌 남아 있다면
허공을 떠돌지 않았으리라
내 삶이 장미의 시든 향기와 가시 같을 때
가벼운 영혼은 바람에 날아가고
땅에 남은 몸은 풍향을 가늠하며
날아 가버린 향기롭던 영혼의 질량을 찾아
길을 잃어 간다
문득 변절한 사랑 하나를 버리고
문득 낡은 청춘의 표절을 버리고
문득 미로에 갇힌 자유를 버리고
혼자만이 알고 있던 가시 돋친 길에 서서
바람이 불고 나는 돌처럼 걷는다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고
허공에서 영혼을 삼킨 별빛들이 반짝일 때
비로소 나는 길을 지우고
바람의 집에 들어 신발을 벗는다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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