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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것들
가옥이 아파트로 이사한다
자개장에 묻히던 손때는
숯 빛 옻칠 위로 매끈하게 남아 반짝인다
가만한 세월을 묵히며 담가 두던
속 깊던 오장의 칠 부쯤 되는 장독들
신문지에 겹겹 낯짝을 가리고 떠나가는
종지와 뚝배기의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함지박 같은 주둥이를 벌리고
뒤 따라 나온 헛일에 섭섭하게 웃고 있다
정별 뒤에 남는 군더더기 같은 눈물처럼
문짝을 뜯긴 딱지 붙은 장롱에 묵묵 기대어
떠날 때는 버려지는 것들
장사 하다가 대전역까지 한사코 마중 나오던
어미의 그 가슴처럼 웃고 있다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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