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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새로운 초지에 도착한 유목민의
첫 일거리는 밤이 되기 전
머리 둘 곳을 찾아내는 것이다
누군가의 지난한 삶의 흔적이
짙게 새겨진 자리는 좋은 거처다
한숨과 함께 피어오른 담배 냄새와
등 긁은 벽엔 누런 시간이 두텁다
니코틴에 찌든 음모는 늘
욕실 배수구에서 세월을 꼬고 있으며
주방 배수구는 목이 졸리고 있다
그럼에도 지워지지 않는 시간은 없고
마지막은 내 땀방울로 잔내를 덮는다
하루하루가 가면서 나도
본적 없는 앞서간 자의 습관을
어느덧 당연한 듯 복사하고 있다
풀을 다 뜯고 나면 양들과 함께
황무지를 떠나 다시 길을 나선다
- 문철수 -
2019. 4. 30. 07:31
30여 년 만에 다시 인천, 첫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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