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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영상.방송]/김주탁의 일詩일作

누군가를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에 가슴을 두고 갈 수 있다는 것이

by 김PDc 2019.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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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에
가슴을 두고 갈 수 있다는 것이


2019년 5월 12일 21시 21분 6호차 18호석
나어린 여자의 화장기는 짙은 경계다

이데올로기보다 무서운 것은 단절이다
이데야 서로 치고 박고 한다지만 외면의
가면을 쓴 단절은 침묵의 소음과 동행한다

어디까지 가느냐 지금 뭐 하느냐 무슨 일로
거기까지 가느냐 앞으로 뭘 하려고 그러냐
나이가 어떻게 되냐 애인은 있느냐  

입이 근지러워 참기 힘든 것은 내 오래 전
동석의 말품을 한없이 나누던 지친 여로의 습성 때문이었을까

도심을 떠나 달리는 차장 밖 시커먼 들녘에는
삶은 계란 껍질 같은 조각별들이 던져지고

사람의 눈빛은 간지러운 졸음에 무거워지며 

떠나는 것이 매일같이 익숙한
열차 혼자만 온몸으로 시끄러웠다

부경선의 상행 속에 혀끝에 돋는 비린 비늘들
그대, 게셀샤프트를 마주하고 가는가


- 김주탁 -


-게셀 샤프트는 19세기 말 퇴니스의 사회학 이론이며 공동사회인 게마인샤프트에 대비되는 이익사회인 게셀샤프트는 개인적 임의 의지의 이기성을 다수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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