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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장마
이냥 저냥 산다고 살다가
철 이른 허리 빠진 추석이 코 앞이고
뒤늦게 친정에 들이닥치는
못된 시누이 호들갑처럼 성가신
길고 긴 가을비
사나흘 뻐근하게 들판을 할퀴어 놓더니
철렁거리는 거친 바람까지 끌고 오려고
담요 바닥에 흩어진 민화투 잔패처럼
어수선이 자빠지고 엎어진 끝물들의
바짝 마를 일들만 훼방하고 지나간다
몇 날 머물다 가려거든
서툰 가을 화장이나 지우고 올 일이지
애꿏은 그리움만 적시고 있다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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