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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영상.방송]/김주탁의 일詩일作

싸리꽃

by 김PDc 2019.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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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꽃
-양구 해안마을에서


돌아서거나 아니면 넘어갈 것이냐

배신당한 젊은 사랑을 찾겠다던 너는
벼락이 내어 준 길을 택했다
그 선택의 이유에 이념의 이면이 있었을까
우리는 탄창마다 M16 총알을 가득 먹이고 
민통선 너머로 향했다 첫 수색은 허탕이
되었고 다음 날 탄창 대신 대검에 날을 세워
후방의 빈집이며 들녘의 볏짚 단을 쑤셔댔다
사흘 뒤 너의 탈영은 소양강 선착장에서 
헌병에게 체포되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뒤에 처음 달았던 
이병 계급장을 달고 수척해진 자대 동기인 
너는 3포대 체리 중대로 원상 복귀했고 
삼 년 동안 홀로 떠도는 사람 섬이 되었다
취사 배식을 기다리는 상병인 나의 등 뒤에서
빨간 거미줄에 붙잡힌 너의 웃음은
싸리꽃 같은 안부의 눈인사를 건네 왔다

그때의 경계를 넘어오는 꿈속 자유가
대공 초소의 밤하늘에 천등처럼 날아오르고

아름다운 상징의 비상에 탄성 지를 때

어둠의 뇌관을 터트리는 까만 별들이 
다마스쿠스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분투, 나마스테-테러, 난민, IS, 댄저

폭발하는 것은 잔인한 무기가 되었다

건물 더미에 깔린 아이의 울음이
붕괴된 희망에 짓눌린 채 숨을 몰아 뱉으며
평화의 엔진 소리를 가속시키고

방아쇠를 당기는 노망 난 신의 손가락에도

봄은 뼈저리게 오고 있었다

꿈을 깨면 오는 봄을 어찌할 텐가
젊던 사랑의 탈영을 또 어찌 받아들이라고

먼 나라의 붉은 눈물을 빨아들이며
민통선의 싸리꽃이 하얗게 피고 있었다


- 김주탁 -


* 십 오 년 만에 부천에 들렀다가 옛날 추억이 툭툭 여기 저곳에서 튀어나오고 
아주 아주 오래전의 낙서가 툭 튀어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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