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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흑석동에서 우리는
잡풀의 끈질긴 억척도 허락하지 않는
건조한 산턱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척박의 생태도 두렵지 않았다
추진 돌의 물기라도 적셔 내려고
오그린 몸을 서로서로에게 바짝 하며
찬 바람에 체온을 긁히며 품어 내는
부정거사의 이로운 약성이 청하다
황무한 터에 시원의 기억을 끌고 와
군락진 부처손
짙푸른 비늘 풀 비늘로 돋아
차갑게 맺히는 이슬마다 별빛을 켜고
아, 가파른 암벽의 경사에 박힌 뿌리들이
단단한 돌의 힘을 삼키고 있었다
* 부정거사 - 정한 기운을 북돋아 사한 기운을 물리친다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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