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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5

낙화 낙화 가을비 추적 이는 냉정한 얼굴들이 풀길 섶으로 몰려나와 단색의 화장을 지우며 땅에 눕는다 너의 곱던 아픔을 뚝 뚝 떨어뜨리는 차가운 순간 마지막 그 어떤 눈빛이 배어 나오고 들국의 꽃잎은 어지러운 투명한 시름으로 진다 너를 잊겠노라 너를 잊어버리겠노라 못난 다짐도 울먹 젖어 버리고 꽃꽃잎, 바르르 빗물에 떨려 버렸다 고립된 사랑의 외침처럼 부림 치며 떠나간 이별의 침묵처럼 넋이 빠져 차마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나의 눈을 할퀴고 있다 아, 향기로웠던 꽃의 증명이여 옛사랑의 낙서에 쌓이는 낙화여 가을비 차가운 날 내 마음 어디로 가라 하는가 나를 묻고 있다 - 김주탁 - [슈퍼앤슈퍼 - 홈] 최고의 제품, 최고의 기술로 당신의 회사를 책임집니다 superandsuper.modoo.at 인터넷마케팅, 부.. 2019. 10. 8.
으름꽃 으름꽃 푸른 은화 닷냥 잎자루 끝으로 매달고 이리저리 굽어 틀며 오른 덩굴 바람을 승낙하는 잎맥의 지문들 허공마다 푸른 지장으로 흔들리는 화엄의 몸짓 님이 오시려나 보다 너의 자태는 자비의 합장 보랏빛 작은 꽃 연등처럼 둥글게 몽글졌다 잎에도 지문이 있어 초록으로 사는 꼴 손처럼 벌린 으름잎 사이사이 조롱조롱 꽃등을 내고 소원을 벌리고 있다 성취의 향을 피워 내고 있다 - 김주탁 - 2019. 5. 13.
풀 풀은 꺾이지 않는다 풀은 부러지지도 않는다 바람이 거칠면 서로의 알몸을 끌어안고 지독한 눈물의 몸살이 그랬던 것처럼 휘어졌다 다시 일어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제 곡절을 끝내듯 풀에게도 초록의 시간은 여지없으니 햇살이 얇아지는 날 뿌리에 남은 마지막 힘을 악물고 살아 냈던 세상에 풀씨를 사리처럼 토하며 풀은 풀로서 죽는다 시에 뼈를 묻고 죽는 시인처럼 풀은 푸른 도를 통한 것이겠지요 - 김주탁 - 2019. 5. 10.
다 그래서 다 그래서 어쩌면 그 노래는 이미 불렸을지도 어쩌면 그 시는 벌써 적혀졌을지도 어쩌면 그 생각도 벌써 있었는지도 몰라 처음이라고 하는 주장들이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우리 안에, 먼 과거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미래까지 "사는 건 다 똑같아"라는 한마디 속에 담겨있는 것 같아서 어쩌면 나도 복제된 하나의 소비재 내 노래도 내 시도 내 생각도 다 그래서 다 그래서 바람도 같은 바람이어서 물도 같은 물이어서 돌고 돌뿐이어서 - 문철수 - 2019. 5. 2. 09:16 먼저 차용하는 자가 성공하는 자는 아닐까 2019. 5. 2.
길 위에서 길 위에서 바람도 돌아갈 곳이 있다면 눈에 보이는 초라한 형체라도 있다면 또는 머무를 수 있는 그 무엇이라도 한 줌 남아 있다면 허공을 떠돌지 않았으리라 내 삶이 장미의 시든 향기와 가시 같을 때 가벼운 영혼은 바람에 날아가고 땅에 남은 몸은 풍향을 가늠하며 날아 가버린 향기롭던 영혼의 질량을 찾아 길을 잃어 간다 문득 변절한 사랑 하나를 버리고 문득 낡은 청춘의 표절을 버리고 문득 미로에 갇힌 자유를 버리고 혼자만이 알고 있던 가시 돋친 길에 서서 바람이 불고 나는 돌처럼 걷는다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고 허공에서 영혼을 삼킨 별빛들이 반짝일 때 비로소 나는 길을 지우고 바람의 집에 들어 신발을 벗는다 - 김주탁 - 2019.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