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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풀은 꺾이지 않는다
풀은 부러지지도 않는다
바람이 거칠면 서로의 알몸을 끌어안고
지독한 눈물의 몸살이 그랬던 것처럼
휘어졌다 다시 일어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제 곡절을 끝내듯
풀에게도 초록의 시간은 여지없으니
햇살이 얇아지는 날
뿌리에 남은 마지막 힘을 악물고
살아 냈던 세상에 풀씨를 사리처럼 토하며
풀은 풀로서 죽는다
시에 뼈를 묻고 죽는 시인처럼
풀은 푸른 도를 통한 것이겠지요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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